갑옷을 입은 공룡으로 알려진 안킬로사우루스류는 온몸이 단단한 갑옷으로 덮여 있었다. 이 갑옷은 라이벌 간의 싸움이나 육식 공룡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강력한 방어력을 가졌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안킬로사우루스류의 갑옷이 자동차에 고속으로 부딪혀도 멀쩡할 정도로 매우 견고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만약 안킬로사우루스에 차가 충돌한다면, 날아가는 것은 우리 쪽일지 모른다. 이번 연구는 2024년 10월 30일에 개최된 '고척추동물학회(Society for Vertebrate Paleontology)' 연례 총회에서 발표된 것이다.
안킬로사우루스의 갑옷은 얼마나 단단했을까?
안킬로사우루스류는 '갑옷 공룡류' 또는 '곡룡류'로 불리는 초식 공룡의 큰 그룹이다. 약 1억 7,400만 년 전 쥐라기 중기에 등장하여, 공룡 시대의 마지막인 약 6,600만 년 전 백악기 말까지 지구에 서식했다. 안킬로사우루스류는 크게 '안킬로사우루스과'와 '노도사우루스과'로 나뉘며, 둘 다 머리부터 등, 꼬리, 측면까지 덮고 있는 단단한 장갑이 최대 특징이다.
장갑의 형태는 종마다 다양하여, 바위처럼 울퉁불퉁한 평평한 형태도 있었고, 무수히 많은 가시 모양의 장갑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 안킬로사우루스의 갑옷은 수컷들 간의 싸움이나 천적인 육식 공룡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갑옷이 실제로 얼마나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안킬로사우루스의 갑옷을 덮고 있는 '케라틴층'이 화석으로 잘 보존되지 않기 때문이다.
안킬로사우루스의 갑옷은 거북이의 등껍질과 마찬가지로, 뼈로 이루어진 뼈판과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케라틴 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북이의 등껍질에서는 뼈로 만들어진 부분을 '갑판'이라 하고, 갑판을 덮는 케라틴층을 '비늘판'이라고 하며, 이 2중 구조 덕분에 매우 견고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케라틴층은 뼈와 달리 부패하기 쉬워서 화석으로 잘 보존되지 않는다. 안킬로사우루스의 화석에서도 뼈로 된 장갑 부분은 자주 발견되지만, 이를 덮고 있는 케라틴층은 잘 보존되지 않아 충격에 대한 정확한 강도를 확인할 수 없었다. 케라틴층의 두께에 따라 장갑의 강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는 무시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러던 중 2017년에 이러한 상황을 일거에 뒤집을 수 있는 화석이 발표되었다.
마치 미이라처럼 거의 완전한 생터로 보존되어 있는 안킬로사우루스 화석
미이라처럼 거의 완전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이 화석은 현재까지 발견된 공룡 화석 중에서도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표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화석 표본은 2011년 캐나다 앨버타 주의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된 노도사우루스과의 한 종이이다. 발견 후 기술자인 마크 미첼(Mark Mitchell)이 5년에 걸쳐 불필요한 암석을 제거하고, 위와 같은 연구 가능한 상태로 복원했다.
그래서 이 종의 학명은 '보레알로펠타 마크미첼리(Borealopelta markmitchelli)'로 명명되었다. 속명인 '보레알로펠타'는 북쪽의 나라 캐나다에서 발견된 갑옷 공룡이라는 의미를 담아 '북쪽의 방패'라는 뜻이다. 이 화석 표본은 사망 직후 바로 해저에 가라앉아 진흙 속에 파묻혔고, 무산소 상태가 되면서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방지되어 생전의 모습을 거의 완벽하게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뼈로 된 장갑 부분은 물론, 이를 덮고 있는 케라틴층까지 제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래서 UCLA의 고생물학자인 마이클 하비브(Michael Habib) 박사는 보레알로펠타 마크미첼리의 케라틴층을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
자동차에 고속으로 부딪혀도 멀쩡하다
하비브 박사가 보레알로펠타 마크미첼리의 화석을 조사한 결과, 뼈로 된 장갑을 덮고 있는 케라틴층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두껍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두께는 몇 밀리미터에서 몇 센티미터가 아니라, 부위에 따라 최대 16센티미터에 달했다. 현대의 소의 뿔을 덮는 케라틴층도 약 1.5센티미터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비브 박사 팀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레알로펠타 마크미첼리의 장갑이 어느 정도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을 해봤다. 그 결과, 이들의 체는 1제곱미터당 12만 5천 줄 이상의 에너지를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비브 박사는 "이는 자동차에 고속으로 부딪혔을 때의 충격과 비슷하며, 보레알로펠타 마크미첼리는 '스피드를 낸 F-150(포드 차량)'에 몸으로 부딪혀서 격파할 수 있을 것"고 말했다.
또한 하비브 박사는 보레알로펠타 마크미첼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안킬로사우루스류 종도 이와 유사한 두꺼운 케라틴층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결과에 대해 하비브 박사는 "안킬로사우루스들이 살았던 시대의 환경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보레알로펠타 마크미첼리를 포함한 안킬로사우루스류는 자신들보다 큰 육식 공룡들로부터 끊임없이 위협받았고, 또한 암컷을 둘러싼 수컷 간의 싸움도 끊임없이 반복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험난한 환경에서는 현대의 자동차 정도 크기의 물체가 빠른 속도로 부딪혀도 이길 수 있을 정도의 강인함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룡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야만적이고 거친 싸움을 날마다 벌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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