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아마존서 발견된 1만 2천 년 전 암각화, 고대인의 영적 세계

콜롬비아, 아마존 지역의 세라니아 데 라 린도사에 위치한 세로 아술의 절벽에는 약 1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 조상이 그린 장대한 암각화가 있다. 길이 13km에 이르는 노출된 사암에는 붉은 색소로 수많은 인간, 빙하기에 멸종한 다양한 동물들, 신화 속 생명체 등이 빼곡히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그림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콜롬비아 아마존서 발견된 1만 2천 년 전 암각화

 

원주민 도움으로 애니미즘적 시각으로 암각화를 해독하다

 

엑서터 대학의 제이미 햄프슨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018년부터 6년간, 현지의 투카노족, 데사나족, 마타피족, 누카크족, 지우족 등 원주민 장로들의 도움을 받아 이 고대 예술 작품에 숨겨진 의미를 해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암벽화 해석을 도와주는 원주민 남성들

 

 

장로들의 말에 따르면, 벽화의 다양한 모티프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현실" 세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애니미즘적 관점을 가진 원주민 공동체는 그들의 의식화된 사회문화적 세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참여하며, 지속시키는지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애니미즘은 자연계의 모든 존재와 현상에 "영혼"이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신앙이다.

 

산, 강, 나무, 동물, 심지어 바람과 불 같은 자연현상까지 각각 의식과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며, 인간과 자연의 연결을 중시한다.

 

마타피족의 의식 전문가 '울데리코'는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샤머니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샤머니즘은 샤먼이라 불리는 영적 지도자가 영혼이나 정령과 교신하여 병을 치료하거나 미래를 점치는 신앙이나 의식을 말한다. 샤먼은 트랜스 상태에서 영적 세계를 여행하며 자연과 사람들 간의 조화를 유지하는 역할을 맡는다.

 

암각화에는 샤먼이 동물로 변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울데리코'는 이렇게 말한다.

 

"각 생물의 육체는 그 인간의 모습을 숨기는 '외피'를 입고 있습니다. 다른 존재의 진정한 본질과 대화하기 위해, 샤먼은 자신의 표면적인 껍질을 벗어 던지고, 종족 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정신적 영역에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샤먼은 초자연적인 차원을 이동할 때 재규어의 모습으로 개념화되는 경우가 많다. 재규어는 그 외형 아래 숨겨진 지식과 영적 힘에 접근할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데사나어의 'yee'는 재규어와 샤먼을 모두 의미하며, 아마존 민족지에는 "의식 전문가가 재규어로 변신하는" 예가 많이 기록되어 있다.

 

이곳의 암각화는 영적 영역을 규정하는 의식 전문가, 즉 샤먼과 신체의 변형, 인간과 비인간적 세계 사이의 얽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간이 뱀, 재규어, 새 등으로 변신해 그 동물의 특성을 부여받는 수신화를 묘사한 많은 암각화들에 의해 뒷받침된다.

 

암각화를 그린 고대인의 후손인 원주민 장로들은 동물과 인간 사이의 유동적인 변화에 대한 견해를 논하고 있지만, 아마존 이 지역의 암각화 연구에 이번이 처음으로 그들의 관점이 포함되었다. 엑서터 대학의 고고학자 '제이미 햄프슨'는 이렇게 말한다.

 

"이 암각화는 단순히 외부적 시각으로만 해석될 수 없습니다. 이들은 신성하고 의식적인 예술이며, 애니미즘적 우주관의 틀 안에서 자연의 신성한 장소에서 창조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원주민의 신앙 체계와 신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때로는 연구에 포함시킬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연구는 'Arts' 저널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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