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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EOLOGY

2700년의 비밀 도시, 두르-샤르킨, 고대 아시리아 수도가 다시 깨어나다

by 아이디어박람회 2025.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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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고대 아시리아의 수도, 두르-샤르킨에서 놀라운 고대 유적이 발견됐다. 2017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은 이슬람국가(IS)의 영향 아래 있었다. 그러다 이들이 물러나고 나서야, 학자들과 연구진은 비로소 제대로 된 조사를 재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 지하 깊은 곳에 엄청난 규모의 별장과 왕가의 정원 등 다양한 유적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두르-샤르킨은 현재 이라크 북부의 코르사바드 마을에 해당하는 곳으로, 2700여 년 전 신아시리아 제국의 황제 사르곤 2세가 “사르곤의 요새”라는 뜻으로 건립을 시작한 도시다. 이 도시는 기원전 713년에 건설이 시작됐으나, 사르곤 2세가 완성도 보기 전에 기원전 705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중단되어 버렸다.

 

이후 그의 아들 센나케리브이 수도를 니네베로 옮기자, 두르-샤르킨은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잊힌 채 무려 2700년 가까이 방치되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1800~1900년대에 프랑스와 미국의 고고학 탐사대가 이곳을 찾아오긴 했다. 이때 궁전 유적과 함께, 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날개 달린 황소 모습의 ‘라마수(Lamassu)’ 조각상이 발굴되어 화제가 됐다.

 

머리는 사람이고 몸은 날개 달린 황소 모습의 ‘라마수(Lamassu)’

 

지금은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을 정도로 가치 있는 유물이다. 그러나 궁전과 주변 성벽 정도를 제외하면, 이 도시가 어떤 구조를 가졌는지, 얼마나 크게 발전했는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미완성 상태로 사장된 도시’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독일 뮌헨 루트비히-막시밀리안 대학의 지구물리학자 예르크 파스빈더(Jörg Fassbinder)를 비롯한 연구진이 자력계를 활용한 원격 조사를 실시하면서, 두르-샤르킨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번영된 도시였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것만 해도, 약 2700년 전에 건설된 것으로 보이는 도시의 수문, 궁전 정원으로 추정되는 구조물, 그리고 방이 무려 127개나 되는 넓은 별장을 포함한 총 다섯 채의 대형 건축물이라고 한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들 건축물이 “궁전을 넘어서는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는 기존 통념에 직접적인 의문을 던진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는 “사르곤 2세가 죽고 나서 도시가 완성도 못 한 채 묻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역사 연구나 발굴 시도도 궁전·성벽 위주로 이뤄졌고, 일반 주민들의 생활상이 어땠는지, 도시가 실제로 얼마나 발전했는지 등은 거의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연구진이 자력계를 활용한 이유도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유적 조사를 할 때는 트렌치(trench) 라 불리는 탐사용 도랑을 파서 내부를 살펴보는데, 이는 적지 않은 물리적 피해를 동반한다. 반면 자력계를 이용하면 큰 발굴 작업 없이도 땅속 구조를 상당히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 훨씬 넓은 범위를 대상으로 복원도를 그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파스빈더는 이 기술이야말로 “발굴하지 않고도 방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고 말한다. 게다가 연구팀은 IS의 잔여 세력이나 다른 무장 조직에 노출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드론이나 차량을 쓰지 않고 직접 장비를 들고 이동했다고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현장을 측량하며, 필요 데이터를 확보하기까지의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이번에 밝혀낸 유적의 존재가 실로 방대하고도 체계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셈이다. 현재까지 이루어진 원격 센싱 작업은 전체 유적지의 10%에도 못 미치는 약 0.3㎢ 정도라고 한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두르-샤르킨에 대한 통념을 뒤집는 새로운 정보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궁전과 성벽만 존재하는 ‘미완성 도시’가 아니라, 상당히 다채로운 도시 기능을 지닌 완성도 높은 수도였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이 도시는 왕실 및 권력층의 공간뿐 아니라 일반 주민들이 살아가는 영역도 제대로 갖춰졌을 거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러한 연구 성과는 2024년 12월 9일에 열린 ‘AGU2024 연례 총회’에서 발표되었다.

 

아직 10% 정도밖에 파악되지 않았다고 하니, 앞으로 남은 90%가 어떻게 밝혀질지 더욱 기대를 모은다. 고대 아시리아의 생활상을 좀 더 생생하게 복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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