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23명이 모인 방에 들어가니, 누군가가 뜬금없이 “여기서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지 내기를 해보자”고 제안했다고 생각해보자. 한 해가 365일이니, 대부분은 “설마 없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생일이 있는 쪽”에 걸었던 사람이 승리한다면 어떨까? 바로 이 상황이 ‘생일 역설’을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다.
23명이 모이면 왜 50%가 넘을까?
“그래도 23명이라는 숫자는 좀 적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보통 우리가 막연히 떠올리는 상식은 “한 해가 365일이니까 183명 정도 있어야 ‘반반 확률’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쪽이다. 그런데 통계적으로는 23명만 모여도 ‘같은 생일을 가진 사람이 최소 한 쌍 이상’ 있을 확률이 이미 50%를 넘긴다.
이 지점이 우리의 직관과 어긋나는 포인트다. 더 극단적인 예로, 75명 정도 모이면 무려 99.9% 가까운 확률로 같은 생일을 공유하는 사람이 생긴다. 거의 ‘확실에 가깝다’고 봐도 될 정도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없을 확률”로 계산해보면 더 쉽다
이 역설적인 결론을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같은 생일이 있을 확률’을 직접 구하기보다는 ‘같은 생일이 전혀 없는 확률’을 먼저 따져보면 된다. 예를 들어, 두 사람(A와 B)만 있을 때, 두 사람의 생일이 다를 확률은 364/365 (약 99.73%) 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같다’는 확률은 약 0.27%가 된다.
이런 식으로 세 번째 사람(C)을 추가하면, C가 A와 B 모두와 다를 확률은 363/365 가 되어, 결국 세 사람이 전부 다른 날에 태어났을 확률은 (364/365) × (363/365) = 약 99.18% 로 떨어진다. 인원이 1명씩 늘어날 때마다 마찬가지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23명까지 쭉 곱해보면, ‘생일이 하나도 겹치지 않을 확률’이 약 49.3%로 내려간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적어도 한 쌍이 생일이 같은 ‘있을 확률’이 반대로 50.7% 정도 된다는 뜻이다. 계산은 단순히 곱셈을 이어가는 것뿐이지만, 숫자가 쌓여갈수록 결과는 우리가 예상했던 직관과는 전혀 다른 지점에 도달한다.
지수함수적 증가를 간과하는 인간의 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선형적으로’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사람 수가 두 배로 늘면 어떤 결과도 단순히 두 배쯤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생일 문제에서처럼, 확률은 지수함수적으로(곱셈 구조로) 크게 달라진다. 그렇기에 23명만 모여도 생각보다 훨씬 빨리 ‘반반 확률’을 넘게 된다.
이 문제에서 “내 생일과 같은 사람이 있을까?”라고 제한적으로 생각해버리면, ‘183명’이라는 직관이 어렴풋이 맞아떨어진다. 실제로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와 생일이 겹칠 확률을 따질 때는 사람 수가 훨씬 많아야 한다. 하지만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 중 일부가 겹칠 수도 있다”라는 관점으로 생각을 확장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더 나아가면 어떨까?
23명에서 50%를 살짝 넘기는데, 30명쯤 되면 이미 70%, 35명에선 80%대, 50명이면 97%, 60명이면 99%를 훌쩍 넘어버린다. 그러다 70명쯤 되면 ‘겹치지 않을 확률’을 되레 계산해야 할 정도로, 사실상 겹치는 쪽이 자연스러운 상황이 된다. 혹자는 “100명이 모이는데 생일이 겹치지 않을 확률은 1/300만 미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처음 들으면 “그게 말이 돼?” 싶지만, 지수함수적 곱셈의 위력을 알고 나면 납득이 가기도 한다.
언뜻 보면 우연의 일치 같지만
일부 사람들은 “그래도 실제 모임에서 23명만 모인 상황에선 안 겹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통계는 어디까지나 큰 흐름을 말해줄 뿐, 실제로 매번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
여전히 49% 남짓은 겹치지 않을 확률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반반을 넘긴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의 일상적 감각과는 크게 동떨어져 있다. 이처럼 역설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논리에 모순이 있어서’가 아니라, ‘인간이 갖고 있는 직관과 실제 수학적 결론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다음에 23명 이상이 모인다면?
만약 당신이 다시 한 번 이런 ‘생일 내기’를 제안받는다면, 예전과 달리 “설마 그렇게 빨리 겹치겠어?”라는 생각을 조금은 내려놓아도 좋을 듯하다. 영리하게 계산된 확률은 의외로 우리 감각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니까. 물론 언제나 100% 이긴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적어도 “생일이 겹치는 게 그리 드문 일은 아니”라는 수학적 사실을 염두에 두면, 승부에 한 발짝 더 유리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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