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누구나 여드름을 겪게 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여드름이 더 많이 생기는 피부 타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 고통은 당사자만이 이해할 수 있겠지만, 사실 여드름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텔로미어'가 더 긴 경향이 있다고 한다. 텔로미어가 길다는 것은 세포 노화가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의 자세한 내용은 2016년 9월 27일 자 의학 저널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게재되었다.
| 여드름 피부를 가진 사람은 '피부 노화가 늦다'
피부과 의사들은 예전부터 "여드름을 앓은 환자들은 여드름 병력이 없는 사람들보다 피부 노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관찰해 왔다. 어릴 때부터 여드름으로 고통받은 환자일수록 미래에 주름이나 잡티가 생기거나 피부가 처지는 일이 적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여드름 피부를 가진 사람은 피지 분비량이 많아서 피부가 잘 건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이 설명은 확실하지 않았고, 여드름 피부와 피부 노화의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러나 KCL의 연구에서 그 비밀이 '텔로미어'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밝햤다.
| '텔로미어'란 무엇일까?
우리 세포핵에는 '염색체'라는 구조체가 있다. 염색체는 부모에게서 받은 유전 정보를 담고 있으며, 23쌍(총 46개)의 염색체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아진다. 염색체의 끝부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텔로미어'다. 이를 신발끈 끝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캡으로 비유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플라스틱 캡이 신발끈이 풀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하듯이, 텔로미어도 염색체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세포분열 횟수를 결정한다. 우리 몸은 세포 분열을 통해 DNA를 복제하며 조직을 재생하고 손상된 부분을 치유한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이 일어나는 동안 염색체가 손상되거나 다른 염색체와 엉키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세포 분열이 거듭될수록 텔로미어는 점점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일정한 길이까지 짧아지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조직 재생과 치유가 중단되면서 노화가 시작된다. 따라서 텔로미어가 길면 세포 분열이 더 많이 이루어져 노화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여드름 피부와 텔로미어의 관계
KCL 연구진은 2016년 영국에 거주하는 1,205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중 4분의 1은 과거에 여드름으로 고통받았던 경험이 있었다. 연구 결과, 여드름 피부를 경험한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텔로미어가 더 긴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드름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미래에 건강한 피부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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