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어 혹등 아귀, 왜 해수면 근처에서 발견됐을까?

어둡고 깊은 심해에서만 살아가는 줄 알았던 혹등 아귀(Melanocetus johnsonii)가 스페인 테네리페섬 인근의 얕은 바다에서 발견되었다.

 

해수면 근처에서 발견된 심해어 혹등 아귀

 

 

이전까지 혹등 아귀는 탐사선의 카메라에 촬영되거나, 죽은 채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완전히 살아 있는 상태에서 유영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기록되었다. 심해의 어둠 속에서만 살아가던 이 생물은 어쩌다 수면 가까이까지 떠오른 것일까?

 

한낮에 얕은 바다에서 발견된 혹등 아귀

 

스페인 테네리페섬 인근, 해안에서 불과 2km 떨어진 바다에서 검고 기묘한 형체가 떠다니는 것이 목격되었다. 이는 해양 생물 보호 단체 ‘Condrik’가 주도하는 연구팀이 조사를 마치고 항구로 돌아가던 중 발견한 것이었다.

 

수중 사진가 "다비드 하라 보그냐"는 즉시 카메라를 들었고, 살아 있는 혹등 아귀의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발견 당시 현장에 있던 해양생물학자 "라야 발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에는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분명히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약 2시간 동안 관찰했지만, 이미 기력이 쇠약해진 상태였어요."

 

 

혹등 아귀, 특히 암컷 개체가 이처럼 자연 상태에서 발견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라야 발로"는 “이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만약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었다면 훨씬 더 많은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발견된 지 몇 시간 후 이 개체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혹등 아귀, 왜 얕은 바다까지 떠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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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어가 수면 가까이 떠오르는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엘니뇨로 인해 북미 해안의 용승류(심해의 차가운 물이 상승하는 현상)가 약해졌고, 해수 온도와 해류 변화가 심해지면서 심해 생물들에게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또는 더 큰 포식자로부터 도망치는 과정에서 본래 서식지를 벗어나 얕은 바다까지 밀려왔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질병이나 부상의 영향 심해어가 심각한 부상이나 질병에 걸리면 방향 감각을 잃거나 수면 위로 떠오르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하기 때문에, 이번 혹등 아귀도 기력이 쇠약해진 상태였다는 점에서, 건강 이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환경을 벗어났을 수도 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양 환경 변화가 심해 생물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분명하다.

 

죽은 혹등 아귀, 연구를 위해 박물관으로 옮겨지다

 

발견된 혹등 아귀는 결국 죽었지만, 그 희귀성으로 스페인 테네리페 자연고고학박물관(MUNA)으로 옮겨졌다. 연구진은 세부적인 해부 및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검은 바다의 괴물’, 혹등 아귀란 어떤 물고기인가?

 

혹등 아귀는 그리스어로 ‘검은 바다의 괴물’을 뜻하는 'Melanocetidae'에 속하는 물고기다. 1863년, 영국 박물학자 제임스 존슨(James Yates Johnson)이 마데이라 제도 근해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1864년, 동물학자 알베르트 귄터(Albert Günther)가 공식적으로 학계에 보고하였다.

 

수심 200~2,000m에서 서식하며, 지금까지 발견된 개체들은 대부분 죽은 상태이거나 유생이었으며, 살아 있는 모습이 자연 상태에서 촬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혹등 아귀는 특이한 생태적 특징을 가진다.

 

암컷은 거대한 입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으며, 빛이 없는 심해에서 사냥하기 위해 머리에 발광기간을 지니고 있다. 이 빛을 이용해 먹잇감을 유인한 뒤, 순식간에 삼켜버린다.

 

수컷은 평생 기생하는 존재로 살아간다. 성체가 되어도 몸길이가 겨우 2.8cm에 불과하며, 짝짓기 시기에 암컷에게 달라붙어 결국 암컷의 일부가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과 내장 기관이 사라지고, 오직 정자를 공급하는 역할만을 하게 된다.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