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과학자들조차 "왜 이렇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시대가 온 것일까? 2024년,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1.6도 상승했다. 이미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1.5도 목표는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2024년은 강한 엘니뇨 현상이 있었던 해였고, 이런 해에는 기온이 상승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그래서 2025년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랐다. 엘니뇨가 끝나고 라니냐(La Niña) 현상이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기온이 낮아질 거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하지만 2025년 1월,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졌다. 엘니뇨가 절정이던 2024년보다도 더 높은 기온이 기록된 것이다. 이제는 기후 변화가 우리가 아는 공식으로 풀리지 않는다. 온난화는 멈추기는커녕,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역대 최고 기록, 산업혁명 이전보다 +1.75도 상승
EU 기후 모니터링 기관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에 의하면, 2025년 1월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1.75도 상승했다. 이는 기후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기록이다.
단순한 기온 변동이라고 넘길 수 있을까?
2023년 7월 이후 19개월 중 18개월이 기존 최고 온도를 갱신했다. 그중 12개월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했다. 이제는 기온 상승이 일시적인 이상 현상이 아니라, 멈출 기미 없이 가속화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가 끝났는데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다. 왜?
엘니뇨가 발생하면 태평양 적도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지구 전체 기온을 끌어올리고, 라니냐가 시작되면 반대로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면서 세계 평균 기온도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2025년 1월, 이 공식이 완전히 깨졌다. 엘니뇨가 끝난 후에도 기온은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미국의 기후 "과학자 지크 하우스파더"는 엘리뇨와 라니냐가 밸상한 해의 1월 평균 기온을 분석했다. 그 결과, 1950년 이후 엘리뇨가 끝난 후의 1월 기온이 전년도보다 높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2025년 1월 처음으로 이 패턴이 깨졌다.
영국 기상청의 '애덤 스카이프' 박사는 B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몇 달 전 누군가가 ‘2025년 1월 기온이 지난해보다 높을까요?’라고 물었다면, 저는 ‘그럴 리 없습니다. 오히려 낮아질 겁니다’라고 답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완전히 달랐고,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GISS)의 '가빈 슈미트' 소장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2023년부터 이어진 폭염의 주요 원인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입니다. 하지만 최근 기온이 이렇게 급격히 상승한 이유에는 온실가스 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우리는 그 원인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과학자들조차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온난화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온난화, 어디까지 예측 불가능해질 것인가
현재까지 기후 과학자들이 제기한 몇 가지 가능성은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온실가스 증가다. 이제는 단순한 배출량 증가가 아니라, 지구 시스템 자체가 임계점을 넘어서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두 번째 가능성은 태양 활동 증가와 2022년 훈가통가 해저 화산 폭발의 영향이다. 보통 화산 폭발은 대기 중 에어로졸을 증가시켜 지구 기온을 낮추는 역할을 하지만, 훈가통가 화산은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대기 중에 방출했다. 이것이 예상과 달리 온난화를 가속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가능성은 해양 에어로졸 감소다. 최근 선박 연료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기 중 미세먼지가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태양 복사열을 반사하는 낮은 구름도 감소했다. 이 변화가 지구 온도를 더 빠르게 올리는 원인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눈 덮인 면적 감소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25년 1월, 유럽과 아시아에서 예년보다 적은 눈이 내리면서 태양 에너지를 반사하는 효과가 약해지고, 그만큼 지구가 더 많은 열을 흡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모든 원인을 감안하더라도 2025년 1월의 기록적인 기온 상승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 한, 기온 상승은 계속될 것이다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의 '사만다 버제스'는 이렇게 말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 한, 지구의 기온 상승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기후 변화가 일정한 패턴을 따를 것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 그 패턴마저 깨지고 있다. 기후 변화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고, 훨씬 불규칙하게 진행되고 있다.
2025년 1월의 기록적인 온도 상승은 앞으로 다가올 더 극단적인 기후 변화의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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