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5일, 러시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에서 약 5만 년 전 매머드 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러시아 사하 공화국에서 발견된 이 아기는 생후 1년가량 된 암컷으로, 이름은 발견 지점 인근의 강을 따서 ‘야나’라고 불린다. 보존 상태가 믿기 뛰어나다고 하니, 수만 년 만에 빛을 본 이 작은 매머드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진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보존된 아기 매머드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도 매머드가 얼어붙은 채 발견된 사례가 몇 차례 있었지만, 야나처럼 머리부터 코까지 온전한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보통은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몸 일부가 노출되면, 현대의 포식자나 새들이 먼저 접촉(?)해 훼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야나는 머리 부분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게 남아 있었어요. 길쭉한 코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연구 가치가 매우 큽니다.” 사하 공화국 야쿠츠크 시에 있는 ‘라자레프 매머드 박물관 연구소’ 소장 '마키심 체르파소프'는 이렇게 전한다.
The remains of a 50,000-year-old female baby mammoth, nicknamed "Yana", have been discovered in thawing permafrost in Siberia. pic.twitter.com/WLPj9TfE7r
— DW News (@dwnews) December 24, 2024
죽었을 당시 야나의 체중은 약 180kg 정도, 나이는 약 1세로 추정된다고 한다.
현지 주민들의 ‘손끝’이 만든 기적
야나가 발견된 곳은 ‘바타가이카 크레이터’라는 열카르스트 지형이다. 직경 1km, 깊이 80m가 넘는 거대한 함몰 지대인데, 기후 변화로 인해 해마다 조금씩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고 한다. 야나를 처음 찾아낸 사람이 과학자가 아니라 현지 주민들이었는데, 녹아내리는 영구동토 지표에서 뭔가 커다란 동물 사체 일부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민들은 서둘러 임시 들것을 마련해 상반신을 지상으로 옮겼다.
이들은 “크레이터 바닥에 떨어진 것을 그냥 두면 서서히 훼손될 위험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마키심 체르파소프' 역시 주민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발견 시점에 이미 매머드의 허리 부근까지 얼음이 녹아 내린 상태였습니다. 무거운 몸통이 위에서 내려앉은 토양까지 지탱하지 못해 부러졌죠. 상반신은 바닥까지 추락했고, 뒷다리와 골반 부위는 여전히 땅속에 묻혀 있습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상반신이 완전히 파손될 뻔했습니다.”
“지옥의 입구”라 불리는 거대한 분화구
바타가이카 크레이터는 흔히 ‘지옥으로 가는 입구’ 혹은 ‘명계로 통하는 문’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이 크레이터가 이렇게 커진 것은 대부분 기후 변화 탓이 크다고 한다. 2년 이상 언 상태로 유지되는 영구동토가 해마다 조금씩 녹으면, 지반이 계속 꺼져 거대한 함몰 지형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토양이 갈라지고, 수만 년 전 생물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한다.
늪 속에 빠져 잠들었나 연구원 '가브리일 노브고로도프'는 야나가 훌륭한 상태로 보존된 배경을 “늪이나 진흙탕에 빠진 채로 오랜 시간 얼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보통은 산 채로 늪에 빠지거나, 죽은 뒤에 물가에 휩쓸려 그곳에 침전되면서, 부패 과정 없이 수만 년 동안 안정적으로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살아 있는 과거를 들여다보는 열쇠
야나는 현재 야쿠츠크에 있는 북동연방대학교에서 정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죽은 원인부터 실제 사망 시점, 그리고 당대 기후와 서식 환경까지 파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부단히 노력 중이다. 야나의 상태가 워낙 뛰어나서, 당시 매머드들이 어떤 먹이를 주로 섭취했고 어떤 생활 방식을 가졌는지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발견이 반가우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묘한 불안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영구동토가 녹아내린 덕분에” 과거 생물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이는 기후가 심각하게 변화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만 년간 잠들어 있던 동물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현상이 결코 반길 일만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 매머드 아기의 발견 소식은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관광객 유치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존재하지만, 일각에서는 영구동토 해빙이 가속화되는 상황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온실가스가 대거 방출되어, 기후 위기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다.
현지 주민들은 “이곳에서 과거 동물의 유해가 계속 발견된다는 건, 지구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매머스에게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지만, 그걸 가능케 한 건 결국 지구 온난화죠. 기쁨과 불안이 공존하는 복잡한 심정입니다.”
긴 잠에서 깨어난 작은 거인 매머드 아기 야나는 5만 년 전이라는 까마득한 과거의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기후 변화의 현실까지 체감하게 해준다. 주민들의 빠른 대처와 과학자들의 열정 덕분에 수만 년의 잠에서 깨어난 이 작은 거인이, 앞으로 어떤 비밀을 들려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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