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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SCIENCE

암흑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없어도 우주가 팽창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는 물리학자

by 아이디어박람회 202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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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래전부터 “우주는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한다”라고 배워 왔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 어딘가에 ‘암흑 에너지’라는 이름의 수수께끼 같은 힘이 있을 거라고 가정해 왔다. 그런데 몇 년 전, 뉴질랜드의 한 물리학자 팀이 전혀 다른 “어쩌면 암흑 에너지는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관점을 제시했다.

 

암흑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초신성의 빛을 정밀 분석해본 결과, 우리가 ‘가속 팽창’으로 이해했던 현상이 사실은 시간과 거리 측정 방식의 차이로부터 비롯된 착시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암흑 에너지가 우주의 70%를 차지한다”는 통념을 송두리째 흔드는 말이니, 당연히 큰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이 연구의 핵심에는 ‘우주가 절대 균일하지 않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지구가 둥글고 울퉁불퉁하듯이 우주도 ‘매끈하고 고른’ 공간이 아니라 군데군데 밀도가 다르고 시간이 다르게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력이 거의 없는 거대한 빈 공간(‘초공동’)에서는 시간이 더 빨리 흐를 수 있고, 반대로 은하수처럼 질량이 많은 곳에선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를 수 있다.

 

그렇다면 먼 곳에서 오는 빛을 관측할 때, 우리는 실제보다 ‘가속’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상식은 이랬다. “먼 은하에서 오는 빛은 적색편이를 보인다. 적색편이가 심하면 심할수록, 그 은하가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즉 우주는 계속 가속 팽창 중이며, 그 팽창을 이끄는 미지의 힘이 바로 다크에너지다.”

 

그러나 뉴질랜드 연구팀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실제로는 우주가 중력 분포에 따라 이곳저곳에서 각각 다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고, 그 차이가 누적되어 “전체가 마치 가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라는 거다.

 

 

 

이 가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구팀은 ‘타임스케이프 모델(Time Scape Model)’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여기서 핵심은 ‘시간의 흐름도 공간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이 강한 곳에선 시계가 더딘 속도로 움직인다. 반대로, 중력이 거의 없는 광활한 공간에서는 시계가 좀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이 미묘한 차이가 방대한 우주 규모로 쌓이다 보면, 우리의 관측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가설이 곧바로 “다크에너지란 건 애초부터 없는 허구”라는 결론을 의미하진 않는다. 여전히 많은 우주론자가 기존 이론을 지지하고 있고, “암흑 에너지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지하는 관측 결과도 적지 않다. 다만, “가속 팽창”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중 하나로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연구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재미있는 건, 이론의 제안자들이 “앞으로 5년 안에 이 수수께끼가 풀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는 점이다.

 

만약 실제로 ‘암흑 에너지는 없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우주의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믿어 온 어떤 ‘가상의 힘’을 붙들고 있었던 셈이 된다. 반대로, 암흑 에너지가 정말로 존재한다는 결정적 증거가 나오면, 이 연구는 우주론 역사에서 “한때 굉장히 파격적인 문제 제기를 했던 사례”로 기록될 테고 말이다.

 

돌이켜보면 우주론은 늘 이런 식으로 발전해 왔다. 한쪽에선 “우주가 영원히 그 상태를 유지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쪽에선 “빅뱅이 있었다”고 맞섰다. 한 시점에서는 “우주의 팽창 속도는 점점 느려질 것”이 주류였지만, 나중에는 “아니, 점점 빨라진다” 쪽이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암흑 에너지’로 가정했는데, 이번엔 “사실 암흑 에너지가 없어도 설명할 수 있다”는 반론이 등장한 셈이다.

 

어쩌면, 우주라는 무대 자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역동적인 곳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균일하게 팽창한다고 믿었던 우주가, 알고 보니 군데군데 비어 있거나(초공동), 은하가 몰려 있거나, 시간도 지역마다 다르게 흐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주는 꼭 이렇게 움직인다”라고 단정 짓기가 애초에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남은 몇 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우주는 여전히 팽창 중이고, 그 광대한 공간 어딘가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게 다크에너지가 되었든, 아니면 이 연구팀이 말한 시간 흐름의 차이든,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계속 자극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주가 균일하게 팽창한다는 생각을 뒤집는 연구가 과연 ‘암흑 에너지는 없다’는 확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역시 암흑 에너지가 맞다’는 결과로 귀결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지금도 우주라는 커다란 수수께끼를 조금씩 풀어 가는 중이고, 그 여정에서 나오는 반전과 논란, 새로운 가설들은 과학의 역사를 더욱 다채롭고 흥미롭게 채워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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