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CH & SCIENCE

식물 ‘RNA 언어’를 해독하는 AI 등장! 식량위기 기후변화 해법 되나?

by 아이디어박람회 2024. 12. 23.
반응형

식물이 우리처럼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식물이 아무런 소통도 하지 않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오히려 식물은 보이지 않는 분자 언어로 끊임없이 '대화' 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언어를 해독하려는 시도가 최근 성공을 거둔 듯하다. 중국 동북사범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PlantRNA-FM’이라는 AI 모델이 그 주인공이다.

 

식물 ‘RNA 언어’를 해독하는 AI 등장! 식량위기 기후변화 해법 되나?

 

RNA라는 언어로 기록된 식물의 정보

 

이 기술은 식물 내에 기록된 ‘RNA’를 마치 우리가 문장이나 단어를 파악하듯 분석해, 그 의미와 기능을 짚어낼 수 있다고 한다. 정리하자면, 식물이 “이런 환경에서 이렇게 반응하라”는 지시나 “이 단백질을 많이 만들어내라”는 전략을 RNA 형태로 속삭이고 있는데, 우리가 그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처음 들으면 왠지 모르게 만화 속 설정 같지만, 여기엔 현실적인 가치가 담겨 있다. 식물 RNA를 읽어낼 수 있다면, 왜 특정 작물이 가뭄이나 염분 스트레스에 강한지, 어떤 환경에서 더 튼튼하게 자라는지 등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다가올 기후 변화나 식량 위기에 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실,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식물을 연구하고 교배하며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그 과정은 시행착오와 막연한 추측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식물 스스로 “나 이렇게 작동하는 중이야”라고 남긴 분자 메모를 해독할 수 있으니, 효율적으로 식물을 ‘디자인’하고 관리하는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가령, 특정 작물에 내재된 RNA 패턴을 확인해 “이 부분이 가뭄 내성에 기여하는구나”라고 알아낸다면, 그 정보를 토대로 다른 작물도 가뭄에 강한 특성을 갖추게 할 수도 있다.

 

식물 RNA 언어 해독에 성공한 AI

 

세계 최초 식물 RNA를 읽는 AI / PlantRNA-FM

 

 

 

이 연구가 2024년 12월 9일 자 "Nature Machine Intelligence"에 실렸다는 소식은, 단지 학계 안에서만 떠도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머지않아 농업인, 종자 개발자, 기후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이 기술을 주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식물이 말하는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마치 해독 불가능했던 고대 언어를 푸는 과정과 비슷하다.

 

한 번 그 문법과 단서를 손에 넣으면, 지금까지 감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이 눈앞에 펼쳐진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RNA 해독 기술이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식물의 유전자와 생태계는 워낙 복잡하고, RNA 언어를 이해했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식물 비밀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더듬으며 찾던 길을, 이제는 작은 랜턴이라도 하나 손에 쥔 듯한 기분이랄까. 한 걸음 물러나 생각해보면, 식물을 보는 시선 자체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른다.

 

예전엔 나무나 꽃을 그저 조용한 녹색 생명체로만 바라봤다면, 이제는 “저들 안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갖게 된다. 식물을 둘러싼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다층적이고, 그 안에는 생존 전략, 적응 방식, 끊임없는 변화의 기록이 담겨 있다. 우리는 이제 그 기록을 읽을 기회를 얻었다. 긴 세월 동안 풀리지 않았던 식물의 ‘내면 언어’를 서서히 벗겨내는 과정, 그 자체가 앞으로 인류가 당면할 식량 문제나 기후 위기에 대한 또 다른 힌트가 될 수 있다.

 

VIA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