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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SCIENCE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을까?, 커넥톰을 디지털화하면 인간수명연장 또는 불멸 실현 가능할까?

by 아이디어박람회 2024.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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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우리 머릿속 한 켠에서는 죽음에 대한 상념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젠가 맞닥뜨릴 종말 앞에서, 우리는 흔히 “죽음은 삶의 일부”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한다.

 

하지만 막상 진짜로 눈앞에 다가온다면 과연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 수 있다면, 어떤 수단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되지 않을까?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을까?, 커넥톰을 디지털화하면 어떻게 우리를 무한히 보존할 수 있을까?

 

 

신경과학자 아리엘 젤레즈니코우 존스턴 박사의 이야기

 

신경과학자 아리엘 젤레즈니코우 존스턴 박사는 대중에게 “얼마나 오래 살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부분 기대수명보다 최소 10년은 더 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 욕망은 주름지고 병든 몸 앞에서도 희미해지지 않는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 중 약 70%가 여전히 강렬한 생존 의지를 보인다는 것이다.

 

죽음이 코앞인데도 “아직은 더 살고 싶은데”라며 바라는 마음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 이게 인간이란 존재다. 그렇다면, 만약 어느 날 우리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몸이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지라도, ‘나’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기억, 성격, 생각하는 방식 같은 정신적 본질을 어디엔가 저장해두었다가, 기술이 더 발전한 미래에 다시금 꺼내 쓸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죽음을 무한히 연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을까? 이 황당해 보이는 질문을 진지하게 파고든 사람이 바로 젤레즈니코우-존스턴 박사다. 그의 신간 "The Future Loves You: How And Why We Should Abolish Death"에서는 “죽음을 없애자(Abolish Death)”라는 제안을 던지고 있다. 솔직히 처음 듣는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레 뜰 만한 급진적 아이디어다. 하지만 책이 나오고 나서, 그의 자체 조사를 통해서 “어, 이거 혹시 진짜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라며 관심을 보이는 과학자들이 적잖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신경과학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현재 뇌 보존 기술을 바탕으로 완전한 뇌 에뮬레이션(whole brain emulation)을 실현할 수 있을 확률에 대한 추산값의 중간값이 무려 40%나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절대 불가능”이라 하고, 누군가는 “충분히 가능”이라 하니 의견이 제각각이지만, 대략 절반 가까운 확률을 점치는 신경과학자들도 있다는 얘기다. 기술이 발전하면 이 수치는 더 올라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뇌 보존’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여기서 핵심 키워드는 ‘커넥톰(connectome)’이다. 커넥톰은 뇌 속 뉴런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독특한 패턴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패턴이야말로 우리의 기억과 개성, 그리고 남들과 다른 나만의 특징을 담아낸다. 쉽게 말해, 커넥톰은 ‘나’라는 존재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커넥톰을 하나하나 정교하게 기록하고 디지털화할 수 있다면 어떨까?

 

지금 당장은 전부 해내지 못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사후 수십 시간 이내에도 뇌 조직의 시냅스 연결을 읽어낼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있다. ‘정보이론적 죽음’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나온다. 이 말은, 단순히 심장박동이 멈추고 숨이 끊기는 것이 아니라, 뇌 속 정보(커넥톰)를 더 이상 복원할 수 없을 때야말로 진짜 죽음이라는 관점이다.

 

만약 커넥톰만 남겨둘 수 있다면 어떨까?

 

육체가 망가져도, 그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미래 기술로 뇌를 에뮬레이션해 되살려낼 수 있다면, 사실상 불멸에 가까운 상태에 도달할 수도 있다. 이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고, 아직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꿈 같은 소리만도 아니다. “이미 하나의 잘 설계된 뇌 보존 절차가 존재하며, 이는 무기한으로 죽음을 늦출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박사의 말은 그저 허황된 예언이 아니라, 진지한 논의를 촉발하는 출발점이다.

 

 

 

물론, 아직 우리는 길 위에 서 있다. 커넥톰을 온전히 매핑하는 기술, 이를 디지털로 옮기는 과정, 그리고 전뇌 에뮬레이션을 실현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인류는 이미 많은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을 가능으로 바꿔왔다. 벽 같은 질병을 치료하고, 중환자의 호흡과 심박을 인공적으로 유지하는 시대에 이르렀으니, 죽음 자체에 도전하는 날도 올지 누가 알겠는가?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12월호 CURIOUS에 실린 아리엘 젤레즈니코우-존스턴 박사의 인터뷰와 책 발췌문을 읽어보자. 또 3월호 ‘We Have Questions’ 섹션에서는 냉동 보존(크라이오닉스), 머리 이식, 인간 정체성 정의와 같은 난해한 주제들을 깊이 파고든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시 써 내려가는 이 거대한 모험에, 우리는 지금 막 초대받은 셈이다.

 

결국, 죽음을 넘어서고자 하는 이 새로운 시도 역시 “나는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간절한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미래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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