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국가에서는 갑각류를 조리하는 방식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위스, 노르웨이, 뉴질랜드에서는 바닷가재를 산 채로 끓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갑각류가 통증과 유사한 자극을 인지할 수 있다는 과학적 결과가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갑각류도 통증을 느낄까?
2024년 10월 22일, 학술지 ‘Biology’에 게재된 연구는 유럽 꽃게(Carcinus maenas)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연구팀은 게의 등껍질에 전극을 설치해 중추신경계 활동을 관찰했다. 아세트산을 다른 농도로 바르는 화학적 방식과 기계 장치를 활용해 찌르는 물리적 방식 등 다양한 자극을 가한 뒤, 게의 중추신경계 반응 패턴을 분석한 결과 각각 다른 전기 신호 형태가 관찰되었다.
특정한 종류의 자극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점은 단순히 외부 자극에 무조건적으로 회피 반응을 보이는 것과 구분할 수 있는 근거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반응이 실제 통증 경험과 동일하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며, 촉각 자극과 통증을 구분하는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갑각류의 인식 변화
게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전 실험에서는 전기 충격이나 강한 광원 자극을 받았을 때, 이들이 해당 조건을 회피하는 방식을 학습하는 사실이 보고된 바 있으며, 또한 물고기, 양서류, 문어류가 단순한 무의식적 반사 이상의 신경 처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례들이 발표되면서, 기존에 통각이 없다고 여겨졌던 생물군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갑각류 역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신경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특정 상황에서 통증에 준하는 감각 처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물 복지 법안과 고통인지에 대한 추가 연구 필요
2021년 영국에서 동물 복지 관련 법안이 가결된 이후, 갑각류나 두족류를 포함한 무척추동물을 이 법안의 적용 대상에 포함할지 검토하는 작업이 진행된 바 있다. 이는 기존에 통증 여부에 대한 확실한 합의가 없던 생물군의 처우를 법적·윤리적 관점에서 재검토하려는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게나 바닷가재가 단순한 신경 반사로만 작동하며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여긴 사례가 많았지만, 관련 연구가 쌓이면서 이들의 신경계 구조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나 광범위한 통계는 아직 누적되지 않았지만, 과학적 증거가 점진적으로 축적되는 상황에서 일부 국가들은 통증 인식을 염두에 둔 정책적 결정을 검토하고 있다.
살아 있는 갑각류를 그대로 끓이는 전통적 요리 관행은 식문화와 관련된 사안이라 단기간에 변화하기 어렵지만, 점진적인 정책 전환과 소비자 인식 변화가 이어질 수 있다. 법적 규제나 제도의 변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실험 결과와 객관적인 증거가 필수적인데, 이번 연구는 이러한 논의에 있어 참고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갑각류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정확한 통증 인식 여부가 아직 완전하게 해명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관행을 유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 입안자, 연구자, 그리고 소비자들은 앞으로 축적될 연구 결과와 법적 검토 과정을 주시하며 보다 신중한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명확한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갑각류에 대한 요리 방법을 점검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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