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환자에게 다시 걷는다는 것은 꿈과 같은 일 일것이다. 특히 장애의 심각도가 높을수록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스스로 걸으며 마비 환자가 외골격을 착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차세대 외골격을 개발했다. 이 외골격을 착용한 환자는 "좁은 공간을 걸어서 지나가기"와 같은 하반신 마비 환자에게는 매우 어려운 여러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고, 장애인을 위한 의지나 로봇을 활용한 국제 스포츠 대회인 ‘사이배슬론 2024’에서 우승까지 했다.
다시 걷다
1982년에 미국 척수 손상 협회(ASIA)에서 제정한 ‘ASIA 기능 장애 척도’는 E(정상)부터 A(완전 마비)까지 5단계로 구분되며, 등급이 높을수록 걷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하지만 KAIST 연구팀은 2015년부터 이 A등급의 ‘운동 및 감각의 완전 마비’ 환자를 위해 다시 걸을 수 있게 하는 외골격을 개발해 왔다.
2016년에는 하반신 마비 환자를 위한 첫 외골격인 ‘WalkON Suit 1’을 발표했으며, 이후 네 번째 버전까지 개선하여 2020년에는 일반 보행 속도인 시속 3.2km를 달성한 ‘WalkON Suit 4’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외골격에는 다른 웨어러블 로봇과 공통적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는 외골격을 착용하기 위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환자가 외골격을 착용하면 혼자 걸을 수 있지만, 착용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환자 스스로 착용할 수 있는 차세대 외골격 ‘WalkON Suit F1’의 출시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 외골격 로봇은 뒤로 앉는 방식이 아닌 앞으로 도킹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환자가 휠체어에서 내려 로봇에 올라탈 필요가 없다. 또한 로봇 자체가 착용을 도와주므로, 중간에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환자 스스로 착용이 가능해진 것은 이 외골격 로봇이 뛰어난 균형 유지 기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혼자 걷고, 환자에게 다가가는 차세대 외골격 ‘WalkON Suit F1’
새로운 외골격 로봇 ‘WalkON Suit F1’은 착용 전에도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스스로 걸을 수 있다. 로봇이 먼저 환자에게 걸어 다가가며, 환자가 사용하거나 착용할 때 몸무게를 실어도 능동적으로 무게중심을 제어해 넘어지지 않는다. 일부러 지팡이로 로봇을 쳐도 두 발로 균형을 잘 유지한다.
외골격을 착용한 환자는 기본적으로 보행 시 지팡이를 병행하지만, 이 뛰어난 균형 기능 덕분에 지팡이 없이도 짧은 거리 정도는 걷거나 두 손을 사용하는 직립 작업도 잠시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모터와 감속기의 출력 밀도가 기존 기술 대비 두 배 향상된 것, 고도화된 모션 제어 알고리즘, 장애물 감지를 위한 시각 인식 시스템을 통해 구현되었다.
그리고 WalkON Suit F1을 이용해, 2024년 10월 27일에 4년 만에 개최된 국제 장애인 스포츠 대회 ‘사이배슬론’에 참가했다. 참가자는 제한된 시간 내에 ‘좁은 의자 사이를 옆으로 이동해 지나가기’,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 걷기’, ‘좁은 문 통과 후 닫기’, ‘주방에서 음식 준비하기’ 등의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KAIST 팀과 WalkON Suit F1은 6분 41초 만에 모든 미션을 완수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2위와 3위인 스위스와 태국 팀은 모두 10분 이내에 미션을 완료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WalkON Suit F1이 현시점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개발은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된 환자가 포기했던 ‘스스로 걷는’ 꿈을 실현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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