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겨울, 스웨덴 북동부의 우메오(Umeå), 이곳은 매년 겨울이면 해가 짧고 기온이 뚝 떨어져, 1월 평균 최저기온만 해도 영하 10도(화씨 12도 안팎). 웬만큼 추위에 익숙한 사람도 겁이 날 만한 온도다. 그런데 이런 혹독한 날씨 속에서, 무려 60일 가까이 눈에 파묻힌 자동차 속에 갇혀 지낸 남자가 있었다니, 아무리 들어도 “그게 가능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눈더미 속 자동차
2012년 2월 17일, 두 남성이 스노모빌을 타고 우메오 근교의 숲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눈이 1미터 넘게 쌓여 길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그래도 조심조심 달리던 중, 멀리 자동차 한 대가 보이더란다. “폐차인가?” 싶어 다가가 보니, 유리창 너머로 무언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차 안을 들여다본 순간, 그들은 믿기 힘든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침낭 속에서 웅크린 채 거의 의식이 없는 듯한 남자가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밝혀진 그의 이름은 피터 스킬베리(Peter Skyllberg), 그리고 실종된 지 60일 만에 발견된 순간이었다.
얼어붙은 차 안에서 60일
사건을 되짚어보니, 2011년 12월 19일 우메오 외곽에서 거센 눈보라가 몰아쳤다. 스킬베리는 차 안에 고립된 채 전혀 빠져나갈 수 없었다고 한다. 단순히 문이 잠긴 게 아니라, 폭설이 차량 주변을 완전히 뒤덮어 탈출로를 막아버렸던 것이다. 바깥 기온은 영하 30도(화씨 -22도)에 육박했다. 도저히 사람이 버틸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현장에 출동한 지역 경찰관 에베 뉘베리(Ebbe Nyberg)는 “스킬베리가 12월 19일 이후로 사실상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말했어요. 그저 눈을 조금 먹어가며 버틴 것 같다고 하더군요”라며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차 안에는 담배, 만화책, 소다병 몇 개가 전부였고, 식량이라고 부를 만한 건 전혀 없었다.
마치 이글루 속에 있던 것처럼
이토록 극한의 추위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노를란드 대학교 병원(Norrland University Hospital)의 울프 세게르베리(Ulf Segerberg)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폭설이 차 전체를 감싸 이글루 같은 효과를 냈을 겁니다. 이글루 안은 보통 0°C(화씨 32도) 정도이니, 옷차림만 잘 되어 있었다면 극저온을 어느 정도 막아줬을 거예요.” 차가 완전히 눈에 파묻힌 덕분에 오히려 외부 한파가 그대로 들어오지 못하고 어느 정도 단열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 해도 60일은 납득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운이 정말 좋았을 수도 있고, 그가 침낭에 제대로 몸을 싸매고 있었던 것도 한몫했을 겁니다”라는 게 세게르베리 박사의 의견이다.
곰처럼 동면이라도 한 걸까?
한편 스테판 브란트(Stefan Branth)라는 또 다른 의사는 스킬베리가 일종의 ‘동면 모드’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엄청난 저체온 상태에서 인체가 활동을 최소화해,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고 버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추정하기로는, 스킬베리의 체온이 31°C(화씨 87.8도) 정도까지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신진대사가 훨씬 느려져, 60일 동안 먹지 않고도 버틸 수 있었을 법하다는 설명이다.
물론 정확한 의학적 근거가 더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는 생존 사례’임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 살아 돌아온 남자
다행스럽게도 스킬베리는 그 후 병원에서 일정 기간 치료받고, 일반 병실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했다고 한다. 스웨덴처럼 폭설이 잦은 나라에서도 이런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 언론에서는 “진짜 기적이 일어났다”는 반응이 나왔다. 세게르베리 박사는 “산악 지대에서 눈더미를 파고들어 살아남는 경우도 아주 가끔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며칠이 아닌 두 달 가까이를 버텼다는 건, 솔직히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살게 했을까? 운, 이글루 효과, 잠재적인 ‘인간 동면’, 정확한 해답은 아직도 ‘특이한 케이스’라고밖에 할 수 없다는 게 의료진의 솔직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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