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자연의 탄소 제거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기록적인 고온 현상이 육지 생태계의 탄소 흡수 능력을 크게 저하시켰을 수도 있다는 것인데, 칭화대학교 생태학자 피유 케와 동료들은 2023년 CO2 배출량은 전년 대비 약 0.6%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된 대기 중 CO2 증가량은 전년 대비 무려 86%나 높았다고 한다.
자연의 균형이 깨지다
그동안 바다와 숲 등의 자연 생태계는 인간이 배출한 CO2의 약 절반을 흡수하며 지구의 기후 균형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극심한 고온 현상과 기후 변화로 인해 이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식물의 광합성과 토양 미생물의 탄소 저장 능력이 고온에 의해 크게 저하된 것이다.
특히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속적인 가뭄과 산불로 인해 전 세계 육지 탄소 흡수원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년간 이어진 산불로 숲이 소실되면서, 이 지역은 더 이상 이전만큼의 탄소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대규모 산불로 북부 지역의 광활한 숲이 파괴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나무들이 원래의 탄소 저장 능력을 회복하는 데 최소 10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후 모델의 한계와 예측 불확실성
현재의 기후 모델은 이러한 자연 탄소 흡수원의 약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구 온난화가 예측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기존에는 모델링 오류나 선박 규제 변경으로 인한 대기 중 에어로졸 감소 등이 원인으로 제시되었지만, 이번 연구는 자연 흡수원의 붕괴가 주요 요인일 수 있음을 말한다.
한편, 콩고 분지는 최근 몇 년간 배출한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마저도 전체적인 탄소 흡수 능력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시적 현상일까, 장기적 위기일까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산불이 탄소 흡수원 손실의 주된 원인이라면, 향후 기후 패턴 변화에 따라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도 있다. 예측된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 강수량이 늘어나 탄소 흡수 능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미 발생한 손상의 영향은 장기적일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에서 불에 탄 숲은 다음 수십 년 동안 그들의 탄소 저장량을 완전히 복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북부 지역의 나무가 초기 바이오매스를 회복하는 데 약 100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라고 피유 케 연구팀은 전했다.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까
현재 기술적인 해결책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으며, 대규모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연의 탄소 흡수 능력을 강화하려는 노력도 부유한 국가에서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목표 달성에 실패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연의 탄소 흡수 능력에만 의존해서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엑서터 대학교 기상학자 피에르 프리들링스틴은 "우리는 이제 정말로 모든 부문의 화석 연료 배출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경고해온 바이며, 이제는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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