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바쁜데, 아이를 키울 시간이 있을 리 없지.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면, 그것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도 아닐 뿐더러,실제로 최근 중국 난카이대학(NKU)과 허난공업대학(HAUT)의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당 근무 시간이 40시간을 넘어가면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출산율 저하, 그 원인은 시간의 여유 부족?
야근이나 주말 근무, 갑작스러운 긴급 호출 업무로 인해 생활 리듬이 깨지고,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생기기 때문이라는데, 중국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한때 '한 자녀 정책'을 펼쳤던 중국은 최근 두 자녀, 세 자녀까지 허용하는 정책으로 전환했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하락세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이유나 육아 지원 부족을 원인으로 꼽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화두가 되는 건은 바로 '시간 부족' 문제다. 특히 중국 대도시에는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을 일하는 '996 문화'가 만연하다. "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일하는 게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다 보니, 이 속에서 가족을 꾸리고 아이를 키운다는 건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일처럼 아득해 보인다.
출산할 시간조차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 연구팀은 중국 가족 패널조사(CFPS)의 2020년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 2만 명의 샘플을 분석했다. 이 데이터는 나이, 성별, 소득, 건강 상태, 가족 구성 등 다양한 항목을 다뤄 노동 시간과 출산 욕구 간의 관계를 매우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연구 결과는 예상보다 뚜렷했다.
주당 20시간 미만 일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출산 욕구가 높았지만, 주 40시간을 넘기자마자 급격히 욕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40~50시간 근로 그룹에서는 출산 욕구가 가장 크게 감소했고, 60시간 이상 초과 근무자들은 대부분 가정을 꾸릴 여유가 거의 없다고 답했다.
야근이나 주말 근무, 긴급 호출 근무를 자주 하는 경우 출산 욕구는 더욱 낮았다.
여성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중국에서도 여전히 육아와 가사는 여성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여성들이 장시간 근로 환경에서 더욱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다. 미혼자들 역시 앞으로의 가족 계획을 세울 때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견된다. 먹이가 부족하거나 포식자가 많은 환경에서 동물들이 번식 활동을 자제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인간도 스트레스가 극심한 환경에서는 본능적으로 출산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일과 가정은 양립 가능한가?
그러나 이 연구는 동시에 희망도 제시했다. 재택근무나 탄력 근무제가 잘 갖춰진 기업에서는 출산 욕구가 비교적 높게 유지된 것이다. 업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도 더 이상 불가능한 목표가 아닐 수 있다.
장시간 근로가 출산율 저하의 중요한 원인임을 밝힌 이 연구는, 단순히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보여준다. 유연한 근무 환경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좀 더 마음 편히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게 된다. 결국 중요한 건 '일이냐 가정이냐'의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라, '일과 가정이 균형 잡힌 삶'을 실현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그토록 우려하는 출산율 문제도 조금씩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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