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조개껍데기를 대고 가만히 들어보면, 마치 파도 소리나 바람 소리처럼 들리는 음향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진짜 바다의 소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가 듣고 있는 건 무엇일까?
소음
우리 주변과 몸속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환경 소음,
너무 미세하고 조용해서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는 이것이 그 소리의 정체다. 이 소음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증폭시키려면 공명기(resonator)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 만들어볼 수 있다. 입을 동그랗게 “오” 모양으로 만든 뒤, 손가락으로 목이나 볼을 톡 하고 튕겨보자. 일정한 음이 들릴 것이다. 입을 더 작거나 크게 만들거나, 모양을 바꾸면 다른 음이 난다.
이것은 입이 일종의 헬름홀츠 공명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헬름홀츠 공명기란, 하나의 작은 출입구를 가진 빈 공간 속에서 공기가 진동하며 소리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말한다.
공명하는 공간의 모양을 바꾸면 다양한 음높이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조개껍데기 안쪽은 딱딱하고 곡선형의 표면으로 이루어져 있어, 소리를 반사시키기에 아주 적합하다. 이는 우리가 입으로 방금 만든 것과 같은 효과를 내준다.
조개껍데기를 통해 들리는 소리는 바깥에서 껍데기를 지나 흐르는 공기, 머릿속을 흐르는 혈류, 옆방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 등 다양한 환경 소음이 조개껍데기 내부에서 반사되고 증폭되며, 우리가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뚜렷하게 들리게 되는 것이다.
입의 모양을 바꿀 때마다 다양한 음을 만들 수 있었던 것처럼, 조개껍데기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서도 증폭되는 음의 높낮이가 달라지며, 각기 다른 소리를 낸다. 이는 공명 챔버의 구조에 따라 특정 주파수가 더욱 뚜렷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모든 조개껍데기에서 나는 소리가 바다 소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우연일 뿐이다. 반드시 조개껍데기가 아니더라도, 헬름홀츠 공명기처럼 작동할 수 있는 어떤 물체라도 귀에 대면 비슷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빈 유리잔을 귀에 대보거나, 손으로 귀를 덮어봐도 마찬가지다. 조개껍데기가 바다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런 소리가 나는 게 아니라, 단지 구조적으로 소리를 공명시킬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에 젖은 우산, 그대로 접을까? 말리고 나서 접을까? (0) | 2025.05.15 |
---|---|
보리차 물로 우리면 위험할까? 여름철 보리차 안전하게 보관하는 법과 식중독 예방법 (0) | 2025.05.14 |
“곤충을 먹는다고?”…미국 대학 강의실에서 열린 곤충 요리 수업 (0) | 2025.05.13 |
엑스트라 버진 vs 퓨어 올리브오일 차이점은? 종류별 특징과 사용법, 폐기까지 정리 (1) | 2025.05.13 |
냉동변색된 음식 먹어도 될까? (0) | 2025.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