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손가락 길이만 봐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인지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영국 스완지 대학교(SU)와 폴란드 로츠 의과대학(Medical University of Lodz)은 사람의 손가락에서 약지(네 번째 손가락)가 집게손가락(두 번째 손가락)보다 길면 일상적인 알코올 섭취량이 높다는 상관관계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번 연구의 세부 사항은 2024년 11월 11일 자 과학 저널 'American Journal of Human Biology'에 게재되었다.
남성 호르몬이 많으면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태아 발달 단계에서 성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남자 아이의 경우 발달 중인 고환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어 뇌와 신체 성장에 영향을 준다. 반면 여자 아이는 주로 모체나 태반을 통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는다.
이렇듯 남자 아이는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여자 아이는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받기 쉽지만, 성별에 따라 특정 성 호르몬만 분비되는 것은 아니다. 남자 아이도 테스토스테론이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될 수 있고, 여자 아이도 난소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할 수 있다.
이러한 성 호르몬의 농도 차이가 성격, 행동, 신체에 개인차를 나타내는 원인이 된다.
그중 하나가 바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알코올 섭취량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고 알코올 섭취량이 많다고 해서 '술에 강한 체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술을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는 체질은 별개의 문제이며, 테스토스테론 수치와는 큰 관련이 없다. 그리고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부분이 있다. 그것이 바로 '약지의 길이'다.
집게손가락보다 약지가 길면 술을 많이 마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출생 전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많이 노출되면 태어난 후 집게손가락보다 약지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집게손가락과 약지의 길이 비율을 '2D:4D 비율'이라고 부른다. 집게손가락이 두 번째 손가락(2nd digit)이므로 2D, 약지가 네 번째 손가락(4th digit)이므로 4D라고 부른다.
손가락의 길이는 출생 전에 얼마나 많은 성 호르몬에 영향을 받았는지에 따라 결정되며, 테스토스테론을 많이 받으면 약지의 성장이 촉진되고, 에스트로겐을 많이 받으면 집게손가락의 성장이 더 촉진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집게손가락보다 약지가 길어지기 쉽고, 여성은 약지보다 집게손가락이 길어지기 쉬운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 남성 중에서도 집게손가락이 더 긴 사람이 있고, 여성 중에서도 약지가 더 긴 사람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스완지 대학교 연구진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수록 알코올 섭취량이 많아지므로, 집게손가락보다 약지가 긴 사람일수록 술을 더 많이 마실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라는 가설을 세웠다.
폴란드 대학생 258명(여성 169명, 남성 89명)을 대상으로 '2D:4D 비율'과 '알코올 섭취량'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연구팀의 예측대로 집게손가락보다 약지가 긴 사람일수록 알코올 섭취량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역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남성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전체적으로 봐도 여성보다 남성의 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더 많았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알코올 섭취량의 많음과 알코올 내성의 강함은 관련이 없으며,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술에 강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약지의 길이가 과음과 관련된 질병 발병 위험을 예측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러분 중에서도 집게손가락이 더 길지만 '나는 술을 많이 마신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약지가 더 길어도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손가락 길이는 술을 자주 마시는지 여부를 가늠하는 하나의 참고로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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