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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음악으로 기억을 다시 쓰다, 긍정적인 감정으로 기억을 덮어쓰는 방법과 일상에서의 활용

by 아이디어박람회 2024.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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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러한 경험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옛 노래 한 곡이 고등학교 또는 중학교 시절 교실 풍경을 생생히 되살려낸다. 친구들과 깔깔대며 웃던 모습, 그때 어쩐 일로 화를 내며 뛰쳐나갔던 누군가의 얼굴, 그리고 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떠오른 적이 있는지.

 

음악으로 기억을 다시 쓰다, 긍정적인 감정으로 기억을 덮어쓰는 방법과 일상에서의 활용

 

 

기억 속 장면들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만, 음악이 흐를 때면 마치 색깔이 덧칠해진 듯 더욱 선명하고 감정적으로 물들어간 경험을.

 


특정 음악이 기억에 감정을 덧입히다

 

그런데 단지 음악이 과거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만이 아니라, 그 기억 위에 전혀 다른 감정의 색을 덮어씌울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조지아 공과대학교의 심리학자 "이렌 렌(Ellen Lene)"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음악은 그저 감정을 떠올리는 장식용 효과만 내는 게 아닙니다. 기억이 재활성화되는 순간, 그 기억 위에 새로운 감정을 입힐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한 번 떠오른 기억은 완고한 돌덩어리가 아니라, 말랑한 점토처럼 새로운 감정 요소를 흡수해 다시 굳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음악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

 

이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3일에 걸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첫째 날, 참가자들에게는 아무런 감정적 요소가 없는 밋밋한 이야기를 하나 외우게 했다. 여기엔 우울함도, 즐거움도, 긴장감도 없는 그야말로 밋밋한 줄거리였다. 둘째 날이 되자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한 그룹은 긍정적인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음악을 들으며 이 이야기를 다시 떠올렸고, 다른 그룹은 슬픔이나 불안과 같은 부정적인 음악을 곁들였다. 마지막 그룹은 음악 없이 이야기를 복기했다.

 

그리고 셋째 날, 모든 참가자는 음악 없이 다시 이야기를 상기했는데, 원래 무덤덤했던 그 이야기가 마치 긍정적 음악을 들었던 참가자에게는 따뜻하고 밝은 기억으로, 부정적 음악을 듣던 이에게는 어둡고 찝찝한 장면처럼 변해버렸다.

 


음악의 분위기가 기억을 바꾸다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스캔 데이터를 살펴봤다.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되살려낼 때, 참가자들의 뇌 속 해마와 편도체가 동시에 반짝였다. 해마는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 편도체는 감정 처리의 핵심 구역이다. 이 둘이 협력적으로 활동할 때, 단순한 기억 조각이 감정적으로 풍부한 기억으로 재탄생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시각적 정보 처리와 관련된 영역까지 상호작용하며, 그 순간 머릿속에는 음악에 물든 하나의 영화 장면이 펼쳐지는 셈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우리가 매일 듣는 플레이리스트가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때로는 지나간 연애의 추억을 선명한 설렘으로 되살리거나, 혹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하루를 어두운 기운으로 물들일 수도 있다.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특히 이 연구 결과는 정신건강 분야에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음악을 활용하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조금 더 밝은 색으로 덧칠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단순한 낙관론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다. 음악으로 기억에 감정을 덧입힌다는 건, 어떻게 보면 우리 가 굉장히 유연하고, 그래서 더 취약하다는 사실을 말한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활용하면, 우리 삶에서 떠올리고 싶은 기억들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기억들을 감정적으로 물들일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당신이 좋아하는 곡들을 담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본다고 하자. 습관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음악만 채워 넣었다면, 훗날 당신의 기억들도 그 음악과 함께 음울한 색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가슴을 뛰게 하는 곡, 햇볕 아래 산책하는 것 같은 곡들을 담아두면, 먼 훗날 이 음악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들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채워질지도 모른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4년 7월 2일자 "Cognitive, Affective, & Behavioral Neuroscience"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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