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네스 호의 네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지 않나 싶다. 저 멀리 스코틀랜드 어디쯤에 커다란 호수가 있고, 그 깊은 물속 어딘가에 공룡처럼 생긴 괴물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 말이다. 영화나 책에서 웬만큼 다뤄진 데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목격담”이며 “미스터리 다큐” 같은 것들이 줄줄이 나온다.
네스 호의 네시 괴물 이야기의 시작, ‘외과의사의 사진’
그 이야기가 널리 알려진 계기 중 하나가 바로 1934년에 촬영됐다는 이른바 ‘외과의사의 사진’이다. 이 사진은, 이름 그대로 런던의 한 외과의사가 “네스를 찍었다!”고 공개한 것이었다. 길쭉한 목을 물 위로 쑥 내민 생물의 실루엣이 또렷하게 보였고, 사람들은 “역시 네시는 실존한다!”며 믿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뒤 누군가가 폭로하기를, 사실은 장난감 잠수함에 공룡 목 모형을 달아서 찍은 사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시 이야기가 흔들린 건 아니었다. 오히려 “가짜 사진이었대”라는 말이 퍼져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래도 혹시 진짜 있을지 몰라” 하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도대체 왜 네시 이야기가 이렇게나 오래 살아남았을까?
네시는 존재할 수 있을까?
옥스퍼드 대학교의 동물학 교수 팀 콜슨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지 오래다. 죽은 시체도, 뼈도, 살아 있는 개체도 본 적이 없고, 소나(음파탐지기) 같은 최신 장비로 온갖 탐사를 했는데도 “확실하다!” 할 만한 자료가 전혀 안 나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목격담이라는 게, 착시나 착각 때문일 때가 많다고 한다. 예컨대 멀리서 보면 긴 목처럼 보이는 새가 물 위에 떠 있었다거나, 부유물이 떠다니는 걸 괴물로 오인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네시는 이상하게도 계속 사람들의 호기심을 부른다.
네시 이야기를 부추기는 요소들
아무래도 호수 자체가 주는 분위기도 한몫하는 듯하다. 네스 호는 길이가 37km나 되고, 최대 수심이 230m가 넘는다. 게다가 스코틀랜드 특유의 안개 낀 풍경 때문에 한 번만 봐도 뭔가 숨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예로부터 괴담이나 전설이 많았던 데다, 날씨까지 스산하게 도와주니, “어쩌면 정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절로 떠오른다. 이 호수 주변의 신비감을 더 키우는 인물로는 "알레이스터 크롤리"가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사악한 남자”로 불리던 이 오컬트 연구자는, 볼레스킨 하우스라는 저택에서 악마 소환 의식을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아브라멜린 의식’이라는 걸 중도에 포기하고 떠났는데, 오컬트계에서는 “시작한 의식을 완전히 끝내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크롤리가 이차원의 문을 열어 놓고 떠났고, 네시는 그 틈을 타 다른 세계에서 왔다 간다”는 설도 돌고 있다. 다소 황당해 보이지만, 호수의 고풍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와는 묘하게 어울려서 지금도 미스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철저히 오컬트적 추측이거나 전설에 가깝다.
왜 사람들은 네시를 믿고 싶어하는 걸까?
근거가 없는 가설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드론을 띄워서 호수 밑을 찍어 보거나, 물가에서 카메라를 장착해 기다리고는 한다. 대체 왜 그럴까? 아마도 우리 인간은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 아직 남아 있기를” 바라는 본능이 있는 건 아닐까 싶다.
과학이 발달하고, 위성사진과 DNA 검사가 가능해져도, “혹시 놓치고 있는 무언가가 있을지 몰라”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남아 있는 거다. 셜록 홈즈의 창조자 아서 코난 도일이 쓴 대사 가운데 “모든 불가능한 것을 제거하고 남은 것이 아무리 믿기 힘들어 보여도, 그게 진실”이라는 말이 있는데, 네시 전설에 매료된 사람들은 어쩌면 그 논리를 거꾸로 적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딱 부러지게 없다고 증명하지 못했으니,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실제로 네시가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이 이야기 자체가 주는 재미와 매력은 상당하다. 웬만해선 증명될 리 없는 미스터리이기에, 계속해서 새로운 가설과 전설이 붙고, 전 세계 관광객들은 그 매력에 이끌려 네스 호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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