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플라스틱이 대기 중에도 퍼져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 그리고 뉴스들을 접한 이후, 여느 때처럼 일상생활을 하다가 문득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았다. 그 빗방울은 평상시와 같은 비였지만, 그 비가 정말로 깨끗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빗속에 숨은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미세 플라스틱은 이제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어디에서도 완전히 벗어나기 힘든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다.
미세 플라스틱이 섞인 물방울, 일반보다 높은 온도에서 얼어
최근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미세 플라스틱이 단순히 바다나 강물, 해양 생물의 위장에서만 검출되는 것이 아니라, 구름을 만드는 과정에까지 끼어들어 기후와 날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네 종류의 플라스틱(LDPE, PP, PVC, PET)을 아주 작은 물방울에 띄운 뒤, 이를 서서히 냉각시켜 얼음이 어떻게 생기는지 관찰했다. 보통 우리는 물이 0도에서 언다고 생각하지만, 대기 상층부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아무런 핵도 없이 공중에 맴도는 물방울은 영하 38도까지 과냉각 상태로 유지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물방울 안에 플라스틱 조각 같은 불청객이 숨어 있으면 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런 불완전한 물방울은 영하 22도 정도, 즉 훨씬 높은 온도에서도 얼음으로 변해버린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기후와 날씨에 미치는 미세 플라스틱의 끝없는 이야기
이쯤 되면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라고 묻고 싶을 수 있다. 문제는 이게 기후 패턴이나 날씨 변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데 있다. 구름이 태양 에너지를 반사해서 지표를 식히기도 하지만, 높게 떠 있는 구름은 반대로 지구에서 빠져나가는 열을 다시 지표로 돌려보내 온실효과를 높일 수도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 대기 중에 늘어난다면, 어쩌면 더 많은 얼음 결정과 구름이 생겨나고, 결과적으로 지구가 더 따뜻해질지 모른다. 반대로, 낮은 고도의 구름에는 냉각 효과가 더 클 수도 있기에, 이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기우느냐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게다가 구름이 만들어지고 비가 내리는 패턴, 그러니까 “언제, 어디서, 얼마나 비가 올 것인가” 같은 중요한 기상 현상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얘기는 더욱 복잡해진다.
말 그대로 플라스틱 조각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 방울 속에 숨어든다면, 그 비는 단지 물만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변형된 미세 입자들을 담은, 일종의 ‘플라스틱 빗방울’이 될 것이다. 어느새 “플라스틱 비”가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는 시대가 코앞인 셈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명확하다. 마이크로플라스틱이 구름 형성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이로 인해 어떤 날씨 변동과 기후 변화가 일어날지 더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다양한 종류와 크기의 플라스틱, 색소나 첨가물이 든 복합 플라스틱까지 비교해볼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단지 실험실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대기 중 미세 플라스틱 농도를 측정하고, 다른 입자들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뒤, 이를 기후 모델에 반영하려는 시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후 과학에서 구름은 워낙 변수가 많고 불확실한 분야로 꼽혀왔는데, 여기에 플라스틱이라는 변수가 추가된다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플라스틱이 편리한 생활을 선물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그 대가로 하늘 위 구름 속까지 파고들며, 기상 패턴과 기후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니 인간이 저지른 환경 문제의 끝이 어디일까. 언제부터인지 플라스틱은 바다, 땅속, 동물의 장기 속, 그리고 이젠 공기 중까지 확장하며 사실상 지구상의 모든 환경 요소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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