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이 질문은 고대 그리스부터 이어져 온 철학적인 질문으로, 어느 쪽이 원인인지 알 수 없는 인과관계의 딜레마를 표현하는 것이며,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는 어떤 것이 먼저일까? 스위스 제네바 대학이 발표한 논문은 생명의 기원에 다가서는 것이다. 연구팀이 도출한 결과는 “달걀이 먼저였다”는 가능성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
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
닭은 달걀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달걀이 먼저일까? 아니면 달걀을 낳는 것은 닭이므로 닭이 먼저일까?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라는 말은 두 개의 관련된 사물의 인과관계를 알 수 없을 때 사용되는 말로, "한쪽이 생겨나기 위해서는 다른 한쪽이 이미 존재해야 한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을 가리키는 비유로 사용되어 왔던 질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것이 먼저였는지는 생물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주제다. 이 철학적인 논쟁에 단세포 생물의 진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은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의 연구팀이다.
단세포 생물에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한 생물에 주목
연구진은 2017년에 하와이 근처 바다 밑의 진흙에서 발견된 “이크티오스포레아강(Ichthyosporea)”의 단세포 생물인 “크로모스파에라 퍼킨시(Chromosphaera perkinsii)”에서 그 답을 찾고자 했다.
다세포 동물이 탄생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모두 비슷하다. 먼저 두 개의 “배우자”(난자와 정자)가 결합하여 “수정란”이 된다. 이 후 세포 분열이 시작되면서 점차 성장한다. 다만 세포 분열의 초기 단계에서는 세포의 수만 늘어나고 전체 크기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이 과정을 “난할”이라고 하며, 이를 통해 라즈베리 모양의 세포 덩어리(“포배”)가 만들어지진다.
흥미롭게도, 동물이 아닌 단세포 생물 중에도 이와 같은 세포 분열을 통해 번식하는 생물이 존재한다. 이러한 단세포 생물은 스스로 여러 개의 딸세포로 분열하여, 결국 각각이 독립된 생명체로 성장한다. 이러한 동물 탄생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모델로 생각되는 것이 바로 “이크티오스포레아강”이라는 단세포 생물 그룹이다.
이 그룹은 최초의 동물이 나타나기 10억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 왔으며, 동물의 진화 계통에서 분기하여 다세포 생물로 독립된 생물이다.
닭보다 달걀이 먼저였을 가능성
이번 연구에서 제네바 대학교 연구팀은 C. perkinsii를 같은 강에 속한 다른 생물들과 비교하여, 이들의 세포 분열과 동물의 세포 분열 간에 어떤 공통된 특징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C. perkinsii는 세포 분열을 통해 동물의 포배와 매우 유사한 세포 덩어리를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포배와 같은 덩어리의 내부에는 또 다른 세포 집단이 오랫동안 머무르다가 결국 흩어져 각각 독립된 활동을 시작한다.
이것은 동물의 배아가 발달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한다.
따라서 이 과정은 동물과 이크티오스포레아강 생물의 공통 조상에게 있었던 특징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동물이 탄생하기 이전에 이미 배아를 만드는 프로그램이 진화했을 수도 있다. 즉, 닭보다 알이 먼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수렴 진화의 가능성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종종 같은 것을 각각 별도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실제로 완전히 다른 계통의 생물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같은 특성을 진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를 “수렴 진화”라고 한다.
이번에 관찰된 포배와 같은 집합체는 C. perkinsii에서만 보이며, 이크티오스포레아강의 다른 생물들이나 다른 동물의 친척 그룹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기능은 동물과 이크티오스포레아강 생물의 공통 조상이 진화시킨 것이 아니라, 수렴 진화의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연구진은 “C. perkinsii에서 공간적 세포 분화가 어떻게 확립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논문에 기록하였다. 이 연구 결과는 2024년 11월 6일 자 ‘네이처(Nature)’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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