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국 서부, 특히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산불이 끊이지 않는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1월 7일에 발생한 대형 화재도 여전히 기세가 꺾이지 않아, 1월 16일 기준으로 대략 4만 에이커(약 16,000헥타르)가 불타버리고, 안타깝게도 최소 2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LA 산불, 대체 왜 이렇게 자주 일어나는 걸까?
2023년 한 해에만 캘리포니아에서는 7,00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이와 관련해 캘리포니아 산림소방국은 무려 59만 건에 달하는 긴급 출동을 해야 했다고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 건조한 기후, 그리고 강풍 등이 겹치면서 화재 시즌이 갈수록 길어지고 강력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대형 산불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걱정되는 것이 ‘피해’다.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것은 물론이고, 집과 건물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된다. 그런데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문제가 있다. 바로 ‘산불 연기’다. 이 연기가 사실상 폐, 심장, 뇌 등 우리 몸 구석구석에 해롭다는 것이다.
산불 연기, 몸에 얼마나 해로운 걸까?
산불이 일어날 때 나오는 연기 안에는 온갖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PM2.5’라고 부르는 미세먼지다. 머리카락 굵기의 1/28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입자들이 공기 중에 둥둥 떠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입자들이 눈·코·입 등에 달라붙거나, 들이마실 때 목 안쪽을 자극해 눈물·콧물·기침이 나게 만든다.
어쩌면 이런 증상은 “어, 갑자기 눈이 따갑네? 왜 이러지?” 하고 노출 직후 곧바로 나타날 수도 있다. 아토피나 습진 같은 피부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기간의 미세먼지 노출만으로도 증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PM2.5 같은 초미세먼지는 폐 깊숙이 파고들고, 결국 혈류로까지 흡수될 수 있다. 그러면 염증을 일으켜 천식·COPD(만성폐쇄성폐질환)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심장에 자극을 줘 심장마비·관상동맥질환 위험성을 높일 수도 있다.
실제로 산불 연기가 짙은 지역에서는 24시간 이내에 심혈관 응급실 방문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또, 연구자들은 뇌 기능과 관련해서도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장기간 산불 연기에 노출되면 기억력, 주의력, 학습 능력 같은 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혹은 치매 위험이 높아지거나, 불안·우울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할 확률이 커진다는 연구도 있다.
산불 연기를 피하는 몇 가지 방법
그렇다면 이런 연기를 어떻게 피해야 할까? 뉴욕 콜럼비아대학교의 스테퍼니 로빈스키-데지어(Stephanie Lovinsky-Desir) 박사는 “우선, 가능하면 연기 자체를 최대한 피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대피 명령이 내려진 지역이라면 너무 고민하지 말고 재빨리 떠나는 것이 최선이다.
굳이 대피 구역이 아니어도, 창문을 꽁꽁 닫고 외출을 줄이는 편이 좋다. 차를 탈 때도 마찬가지로 창문을 올린 채로 운전하고, 실내에선 공기청정기를 돌리면 도움이 된다. 공기청정기가 없어도, 일반 에어컨(냉난방)이 미세먼지를 어느 정도 걸러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그리고 평소에 천식이나 폐 질환을 앓고 있거나, 그런 사람을 돌보는 이들은 미리미리 약을 챙겨놓는 것이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다가 산불로 길이 막혀 병원에 못 가는 상황이 닥치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또,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기오염이 심한 날엔 차라리 실내 헬스장이나 실내 운동으로 대체”하는 편이 낫다. 부득이하게 야외에 나가야 한다면, N95 같은 마스크를 착용해 PM2.5 노출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마스크를 쓸 때는 얼굴에 딱 밀착되도록 써야 한다. 캘리포니아 보건부에서는 “이런 식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밀착이 된다”는 팁을 제공하니 참고할 만하다.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산불이 나면 불길을 잡아야 하는 건 소방관들이지만, 산불 연기로부터 내 몸을 보호하는 일은 스스로가 챙겨야 한다. 특히나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 이런 산불이 더 잦아질 거라는 전망이 많다 보니, 미리 대처 방법을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폐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 혹은 노약자·어린이를 돌보고 있는 분들은 조금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설마” 하다가도 막상 상황이 벌어지면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요약하자면, 다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연기가 심한 지역은 가능하면 피한다. 대피 명령이 내려지면 망설이지 말 것. 실내에 머물 때는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나 에어컨을 활용한다. 호흡기 질환이 있으면 평소에 약을 충분히 비축한다. 부득이하게 외출할 땐, N95 등 제대로 된 마스크로 미세먼지를 차단한다. 조금만 주의해도 내 호흡기와 몸을 지킬 수 있다. 산불이 발생하는 건 내가 막을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연기로 인한 피해’만큼은 스스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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