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라는 이름을 아는 이는 대부분 특이한 콧수염을 가진 초현실주의 화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이 배출한 이 괴짜 예술가는 그림뿐 아니라 영화, 조각, 패션까지 모든 예술 분야에서 그야말로 남다른 상상력을 펼쳐 보였다. 그런 그가 구상했던 영화 작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90년을 넘긴 ‘꿈’이 영상으로 살아난 날
바로 "Giraffes on Horseback Salad(말 위에 탄 기린들의 샐러드)"인데, 제목에서부터 현실감이 전혀 없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2025년 4월, 거의 90년 전 달리의 머릿속에서만 살아있던 이 미완의 영화 각본이 AI 기술을 통해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 영상은 '살바도르 달리'의 기괴한 내면 세계를 그대로 스크린 위에 옮긴 듯, 초현실적 장면들로 가득하다.
1937년, '살바도르 달리'는 당시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희극 배우였던 마르크스 형제와 손잡고 이 초현실주의 영화 제작을 꿈꾸었다. 그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없는 세계에서 온 여성과 사랑에 빠진 남자’라는 이야기를 구상했다.
그 여성은 남자를 활기차고 혼돈스러운, 무한히 펼쳐진 그녀만의 세계로 초대한다. 하지만 두 세계가 융합될수록 환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갈등은 깊어진다. 하지만 당시의 영화 제작자들에게 이 아이디어는 지나치게 기발하고도 난해한 것이었다.
결국 ‘불가능하다’라는 평가와 함께 달리의 각본과 스케치는 서랍 속에서 잊혀졌다.
생성 AI ‘Veo 2’로 부활한 미완의 예술
그렇게 약 90년이 흐른 지금, '살바도르 달리'가 남긴 아이디어 조각들은 구글의 최신 AI 기술 ‘Veo 2’와 플로리다의 달리 미술관, 광고 에이전시인 굿비 실버스타인 & 파트너스의 협업으로 하나의 영상으로 탄생했다.
애초에 ‘말 위에 탄 기린들의 샐러드’라는 제목 자체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살바도르 달리'에게는 그런 이상한 이미지가 일상이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머릿속 세계를 현실화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굿비 실버스타인 & 파트너스의 공동회장 제프 굿비는 이렇게 설명한다.
"'살바도르 달리'는 너무나 초현실적이고,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난 영화를 꿈꿨기 때문에 생전에는 그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Veo 2와 Imagen 3 같은 최첨단 기술 덕분에 우리는 그 꿈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저희가 지금껏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창의적인 작업입니다."
이 작품이 이제야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엔 AI가 있었다. 이 영화 각본은 '살바도르 달리'가 세상을 떠나고 7년 뒤인 1996년 그의 서고에서 단편적으로 발견됐다. 이후 2010년대에 들어서야 84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손글씨 노트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프로젝트의 가능성이 열렸다. AI는 각본, 메모, 스케치를 모두 학습했고, '살바도르 달리'의 특유의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과 색감을 익혀 하나의 매끄러운 단편 영화로 완성했다.
텍스트나 스케치 같은 자료에서 고품질 영상을 생성하는 Veo 2는, 그야말로 '꿈을 현실로 바꾸는 기계'인 셈이다. 게다가 이 영상은 '살바도르 달리'의 원본 아이디어를 그대로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감성과 해석을 더했다.
이 영상은 2025년 4월 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에서 최초로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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