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의 차가운 바다에서 한 마리의 암컷 북극곰이 9일 동안이나 쉬지 않고 헤엄쳐서 687km라는 거리를 이동했다. 687km는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을 거리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시 1,800km나 더 멀리 이동했고, 결국은 자신체중의 1/5을 잃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 북극곰을 이렇게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것일까?
9일간 쉬지 않고 687km를 헤엄치는 북극곰의 이야기
이 북극곰의 여정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연구팀이 북극곰의 생태를 조사하던 중 우연히 밝혀지게 되었다.
때는 거슬러 올라가 2008년, 연구팀은 몇몇 북극곰들에게 위치추적장치가 달린 특수한 목걸이를 채워 그들의 행동과 이동 경로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간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알래스카 인근 보퍼트해 지역에서 암컷 북극곰 한 마리가 9일 연속으로 쉬지 않고 헤엄쳐서 687km를 이동한 기록이 드러났다.
A polar bear was recorded having traveled 9 days straight without stopping! pic.twitter.com/ysCr5yXu3u
— Nature is Amazing ☘️ (@AMAZlNGNATURE) March 16, 2025
그러나 이 암컷 곰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687km라는 긴 바닷길을 헤엄친 뒤에도 이 곰은 새로운 얼음이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추가로 1,800km 이상의 먼 길을 더 걸어가야만 했다.
왜 북극곰은 이렇게까지 험난한 여정을 해야만 했던 걸까?
Polar Bear Walking on Ice 🧊 in the Ocean 🌊 pic.twitter.com/ccq4nNOIvC
— Nature is Amazing ☘️ (@AMAZlNGNATURE) November 4, 2024
본래 북극곰들은 얼음 위에서 바다표범을 잡으며 살아간다. 그들에게 얼음이란 사냥터이자 생존의 터전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지구가 더워지면서, 그 터전이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한때 북극곰은 얼음 위를 걸으며 비교적 편안히 이동했지만, 이제는 얼음이 사라지고 곳곳에 바다가 드러나기 시작했고, 먹이를 찾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긴 바닷길을 헤엄쳐 이동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 암컷 곰 역시 먹이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얼음 사냥터를 찾기 위해 9일간 물속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이 긴 수영 도중에 북극곰이 제대로 먹이를 섭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고, 축적한 지방을 극심하게 소모해 체중의 20%가량을 잃었다.
이 영상은 2025년 3월 17일 SNS 'X(구 트위터)'를 통해 다시금 화제가 되었고, 무려 448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연구팀은 이렇게 먼 거리를 헤엄치는 북극곰들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매우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어린 곰이나 체력이 약한 개체들의 경우, 이런 장거리 수영을 견디지 못하고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한다.
현재 북극의 얼음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으며, 북극곰들은 앞으로 더 많은 거리와 시간을 이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이미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된 북극곰의 미래는 더욱 암담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얼음이 거의 없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북극곰들도 아주 일부지만 확인되고 있다. 또 얼음이 줄어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북극곰들이 점점 더 남쪽으로 밀려나면서, 북상하는 회색곰과 교배해 '피즐리'라는 새로운 혼혈 곰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는 북극곰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후 변화에 적응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정말 '적응'인지 아니면, '살기위한 몸무림'인지는 아직 모른다.
이 북극곰의 이야기가 단지 슬픈 뉴스로 끝나지 않도록, 우리가 지구를 위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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