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만 1000년 전, 지구의 자기장이 역전되었고, 지구의 자기 보호막 기능이 크게 약화되면서 대량의 우주선이 지구 대기권으로 유입되었다. ‘라샹프 자기장 이상(Laschamp Excursion)’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프랑스 중앙 고지대의 용암 흐름에서 발견된 자기 이상 현상에서 처음 밝혀졌다. 이번에 유럽 우주국(ESA)의 자기장 관측 위성 ‘스웜(SWARM)’이 수집한 지구 자기권 데이터에 기반하여 처음으로 이 신비로운 현상의 소리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 라샹프 자기장 이상 현상
지금으로부터 4만 2200년에서 4만 1500년 전, 지구의 자기 북극과 남극이 갑자기 이동하며 약 45도 정도 시프트된 적이 있었다. 이처럼 지구 자기장의 방향이나 강도가 일시적으로 급격하게 변하는 현상을 ‘자기장 이상(excurson)’이라고 한다.
이 당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기장 이상 현상은 1960년대에 처음으로 확인되었으며, 이 자기 이상이 발견된 프랑스 지역의 이름을 따서 ‘라샹프 자기장 이상’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라샹프 자기장 이상 현상 때 지구의 자기장은 급격히 약화되었고, 현재 자기장의 약 5%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자기장은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을 막아주는 방어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시 생물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 자기장 역전 현상 시의 소리 재현
덴마크 공과대학교와 독일 지구과학연구센터의 과학자들은 라샹프 자기장 이상 현상이 발생했을 때의 소리를 재현했다. 그 기반이 된 것은 유럽 우주국(ESA)에서 발사한 세 대의 자기장 관측 위성 ‘스웜(SWARM)’이 수집한 데이터다. 스웜 위성은 지구의 핵, 맨틀, 지각, 해양뿐만 아니라 전리층과 자기권에서 발생하는 자기 신호를 측정하여 자기장 역전 현상이나 지구 내부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 4만 년 전의 자기장을 시각화한 후, 나무의 삐걱거림이나 돌이 굴러가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혼합하여 마치 악보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것처럼 데이터를 소리로 표현했다. 이렇게 완성된 소리는 지구 내부에서 무언가가 붕괴되고 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 데이터를 소리로 변환하는 ‘소니피케이션’
이처럼 데이터나 정보를 소리로 변환하여 언어적, 시각적 정보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를 돕는 시도를 ‘소니피케이션(sonification)’이라고 한다. 이번 소니피케이션 작품의 초기 버전은 코펜하겐의 공공 광장에서 라이브로 공연되었다고 한다. 공연에서 사용된 스피커는 32대였으며, 각 스피커는 지구 역사 10만 년 동안 각 지역에서 발생한 자기장의 변화를 표현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현재 스웜 위성이 수집한 새로운 데이터와 기존 데이터를 사용해 자기장이 생성되는 과정의 비밀을 풀기 위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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