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휴대폰으로 짧은 영상만 보다가 “책 한 권 읽을 시간도 없네” 하고 지나치는 일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예전에는 전철을 타면 여기저기서 책을 펼쳐 보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 액정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더 익숙해졌다. 책을 읽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통계도 많다.
영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절반 가까이가 아예 정기적으로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젊은 층의 4분의 1은 “태어나서 한 번도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니, 참 놀라운 변화다. 이런 현상이 단순히 ‘문화가 달라졌다’는 말로만 설명되진 않는다.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미카엘 로울 박사는 이 변화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봤다. 그는 “책을 읽는 습관이 뇌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대규모 뇌 데이터(1,113명분!)를 분석해 밝혀냈다. 꽤 설득력 있는 결과라서, 관련 논문이 국제 학술지 ‘NeuroImage’에도 실렸다.
도대체 독서가 우리 뇌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을까?
로울 박사의 설명을 간단히 정리하면,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왼쪽 뇌의 특정 부위가 확연히 발달해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측두엽 전부(전측두극)’와 ‘가로측두회(헤셜회)’가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름만 들으면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쉽게 말하면 ‘말의 의미를 조합하고, 소리를 인식해 글자와 연결해주는 부위’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다리”라는 단어를 듣고 머릿속으로 모양, 감각, 움직임 같은 정보를 하나로 묶어 “아, 이게 다리라는 의미구나” 하고 인지하는 것도 바로 측두엽 전부가 하는 일이다. 또, 독서는 시각으로 글자를 받아들이는 활동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글자와 소리가 이어져야 제대로 이해가 된다.
이때 음성을 인식하는 가로측두회가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실제로 왼쪽 가로측두회가 얇은 사람은 난독증 같은 독서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반대로 이 부위가 두껍고 잘 발달한 사람은 글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로측두회는 무조건 두껍고, 측두엽 전부는 무조건 얇아야 좋다” 같은 식으로 간단하게 말할 수 있을까?
사실 뇌 구조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왼쪽 청각 피질에는 ‘미엘린’(수초)이 얼마나 많이 분포되어 있느냐에 따라 얇아도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를 수 있다. 또, 여러 정보를 복합적으로 처리해야 할 때는 두꺼운 신경세포층이 더 유리하기도 하다. 따라서 “독서를 잘하면 뇌가 이렇게 바뀐다” 식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뇌가 독서 습관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뇌과학에 대해 잘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으면 어휘력이나 이해력이 커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어른들의 잔소리가 아니란 점을, 로울 박사의 연구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뇌는 우리가 어떤 활동을 반복하느냐에 따라 스스로를 재배선한다는 ‘가소성’을 지니고 있으니까 말이다.
집중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쌓이면, 어느 순간부터는 글을 마주할 때 머리 회전이 빨라지고 내용도 쉽게 이해되며, 나아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추론하는 능력까지 개선될 수 있다.
문제는, 현대 사회가 점점 그런 ‘독서의 장점’을 누리기 힘든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영상 한 편을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몇 분이면 되고, SNS에 올라오는 짧은 글과 사진으로도 충분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 수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더욱이 스마트폰 알람, 메신저, 게임 등 온갖 자극이 넘쳐나는 바쁜 일상 속에서 책 한 권을 차분히 읽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인간이 긴 글을 읽고, 스토리를 따라가며, 등장인물의 심리까지 헤아리는 과정은 단순히 취미 생활을 넘어 우리 뇌와 정서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독서를 통해 타인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며, 삶을 깊게 성찰하는 힘이 길러진다. 이런 힘이 바로 한 사회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결국, “책을 읽는 사람이 사라진다”는 건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가령, 다음 세대가 깊이 있는 사고와 풍부한 어휘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만큼 사회 전체의 대화 수준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줄어들어 인간관계가 삭막해질 수도 있다. 로울 박사는 “독서의 부재가 가져올 파장은, 단순히 한두 권의 책이 서가에서 사라지는 정도가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결국, 선택은 우리 몫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하루 10분, 20분이라도 책을 펼쳐보는 습관을 들이는 일이 중요하다. 작은 습관이 쌓여 언젠가는 우리 뇌의 구조가 조금씩 달라지고, 다른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책 한 권을 골라 한 페이지만이라도 읽어보자. 그 한 장의 독서가, 내 안의 뇌 회로는 물론이고 우리의 미래도 조금씩 바꿔놓을 수 있지 않을까.
'INSPIR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수 화장실 아이템인 매트, 슬리퍼, 방향제… 정말 필요한 걸까? (0) | 2025.01.24 |
---|---|
짱구는 못말려, 짱구 집(노하라네 집) 실사화를 위한 약 6억원을 들인 팬 (0) | 2025.01.24 |
남극 얼음 아래에서 발견된 120m 물체, 배일까 UFO일까? (0) | 2025.01.22 |
펭귄알을 삶으면 '투명한 삶은 달걀'이 된다? (0) | 2025.01.22 |
허벅지로 수박 5개 깨며 기네스 세계 기록 달성한 터키 여성 (0) | 2025.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