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몇 초 동안 숨을 멈출 수 있을까’라는 도전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초등학생 때까지 아버지의 차를 타고, 외할머니댁에 놀러갈 때마다 종종 나오는 터널을 통과할 때, 숨참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아무리 참는다 해도 대부분은 몇십 초 안에, 길어도 2분 안에 숨을 쉬게 된다. 특히 의식을 잃을 정도로 5~6분을 스스로 숨을 멈추고 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스스로 숨을 멈추고 의식을 잃거나 질식사할 수 없는 것일까?
여기서는 인간에게 내재된 안전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며, 숙련된 다이버나 실험에서 나타나는 ‘예외’에 대해서도 다뤄보려 한다.
왜 계속 숨참기를 할 수 없을까?
사람은 어떤 이유로든 호흡이 중단되면 몇 분 내로 의식을 잃게 된다. 일반적으로 10분이 지나면 뇌에 손상이 일어나고, 15분이 넘으면 뇌사 상태에 이르며 사망률은 100%에 이른다. 이러한 질식사는 대부분 이물질로 기도가 막히거나 물속에서 익사하는 등 강제로 호흡이 중단된 상황에서 발생한다.
반면, 스스로 의식적으로 숨을 멈출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몇 분 이상 지속되지 않으며 자력으로 기절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는 몸에 생명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안전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해한 물질을 먹었을 때 ‘구토’라는 위험 신호가 나타나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위장과 몸이 내용물을 역류시키며 구토로 이어진다.
추위나 떨림도 마찬가지로, 체온이 낮아지면 ‘추위’를 느끼고 몸이 떨리며 체온을 유지하려는 반응이 일어난다. 호흡을 멈추는 것도 이런 안전 시스템이 작동하는 상황 중 하나다. 숨을 참다 보면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뇌가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보내는 감각적 경고 신호다. 동시에 뇌는 폐 주변의 근육에 신호를 보내 강제로 호흡을 유도한다. 즉, 구토나 떨림을 참지 못하는 것처럼 호흡 역시 멈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호흡을 멈출 수 없게 하는 ‘안전 시스템’들
캐나다 윈저 대학교 운동학부의 앤서니 베인 교수는 호흡과 관련된 안전 시스템 중 하나는 대뇌피질의 운동 조절 및 실행을 담당하는 특정 영역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이 뇌 영역은 신체 여러 부위에서 정보를 받아 호흡하지 않고 있는 것을 감지한 뒤, 신경 중추인 연수로 신호를 보낸다.
연수는 호흡을 담당하는 신경 중추로서, 호흡근육에 호흡 명령을 내린다. 두 번째 안전 시스템은 뇌간 아래에 위치한 ‘프레뵈칭거 복합체’라는 뇌 영역이다. 이 영역은 자발적으로 호흡 리듬을 생성하며, 숨을 멈추고 있어도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여 호흡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세 번째 안전 시스템은 경동맥과 대동맥에 위치한 ‘화학 수용체’다. 이는 혈액의 화학 조성을 감지하며, 특히 이산화탄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호흡을 유도하는 신호를 뇌에 전달한다.
네 번째는 폐의 팽창과 수축을 감지하는 수용체로, 폐의 움직임이 멈추면 호흡을 촉진하는 신호를 뇌로 보낸다. 이런 안전 시스템들은 모두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동하며, 자발적으로 숨을 멈춰 의식을 잃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을 무시하는 ‘예외’도 존재한다.
안전 시스템을 무시하는 ‘예외’
사람에게는 호흡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숙련된 다이버는 훈련을 통해 이러한 시스템을 무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4년에 한 남성이 약 12분 동안 숨참기 기록이 있다. 베인 교수는 이러한 다이버들은 화학 수용체의 신호를 무시할 수 있는 훈련을 통해 일반인보다 낮은 산소와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에서도 호흡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실험을 통해 인간의 안전 시스템을 중지시키고 숨 멈추는 시간을 연장하는 사례도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베인 교수는 도파민을 사용하여 화학 수용체의 기능을 억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외에도 1970년대 런던에서 신경을 차단해 숨 멈추는 시간을 두 배로 늘린 실험이 있었다. 현대에는 훈련 없이도 안전하게 숨참기 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체내에 산소를 많이 공급하는 방식이 있다. 예를 들어, 고농도의 산소를 미리 흡입한 뒤 24분 동안 숨을 멈춘 다이버의 기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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