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는 어디일까? 사막 한가운데, 사막 한가운데, 지금이라도 분화할 듯한 화산의 화구, 빙하로 뒤덮인 극지방, 지도가 없는 동굴 속의 어둠일까? 혹은 분쟁 한가운데에 있는 지역일까. 한때 소련(현 러시아)은 체르노빌이나 차건 호수 등, 원자력 개발·핵 개발의 부정적인 유산이라 할 만한 위험 지역을 남겼다.
우랄산맥 근처에 있는 마야크 핵 기술 시설에서는 가까이에 있는 카라차이 호수로 방사성 폐기물을 계속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 결과, 카라차이 호수는 죽음의 호수가 되었고, 1957년에 일어난 사고로 인해 결국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소비에트 시대의 부정적 유산
현재 러시아의 체랴빈스크주 오조르스크 근교에 있는 마야크 핵 기술 시설은 소비에트 시대부터 가동을 계속해온 핵 시설이다. 과거에는 핵무기 관련 시설이었으나, 현재는 “표면상”으로는 핵연료 재처리 시설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이 시설에서는 원자폭탄 제조를 목적으로 플루토늄을 생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설 근처에는 한때 카라차이 호수라 불리던 호수가 있었다.
이 호수는 마야크 핵 기술 시설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을 투기하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은폐된 원전 사고 1957년 9월 29일, 이 핵 시설의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하던 지하 저장 탱크의 냉각 장치가 고장 났다. 이어 내부 기기에서 발생한 불꽃이 화학 물질에 점화되면서 탱크 내부 물질이 폭발했다.
이 사고는 핵폭발은 아니었지만, 탱크 내 방사성 물질이 최대 1,000m 상공까지 날아올라 북동쪽 방향으로 퍼져 나갔다. 이로 인해 광범위한 지역이 오염되었다. 방사성 물질은 약 20,000㎡라는 거대한 면적을 오염시켰으며, 이 사고는 우랄 핵 참사(또는 키슈팀 사고)*로 불린다. 이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이어 심각한 원전 사고 중 하나로 평가된다.
1시간 만에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죽음의 호수, 카라차이 호수
카라차이 호수에는 이 사고 이후에도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어 문자 그대로 ‘죽음의 호수’로 변모했다. 이 호수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체르노빌의 약 50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 다만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단위 면적 등을 고려했을 때, 카라차이 호수가 더 많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한다.)
1968년경, 이 지역에 가뭄이 발생하면서 호수의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모래가 공기 중으로 흩날리며 주변으로 확산되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야 당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카라차이 호수 매립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2015년 11월, 카라차이 호수는 완전히 매립되며 영원히 모습을 감추었다.
소련 붕괴 후 진실을 알게 된 주민들
핵 시설 사고와 이로 인해 카라차이 호수에서 방출된 방사성 물질로 최대 약 50만 명의 주민이 피폭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이 지역에는 타타르계 주민이 다수 거주하고 있었지만,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다. 러시아계 주민이 사는 마을은 강제 대피 조치가 내려졌지만, 타타르계 주민들은 아무런 경고 없이 오염된 땅에서 물을 마시고, 채소를 수확하며, 사냥과 가축 사육을 지속했다고 한다. 이들이 진실을 알게 된 것은 소련 붕괴 이후인 1992년에 이르러서였다.
수십 년간 방사능에 노출된 타타르계 주민들 중에서는 암으로 사망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시설 북쪽, 오조르스크 인근에는 키질타시 호수가 있다. 이 호수도 원자로의 냉각수로 사용되어 급격히 오염이 진행되었다. 이 호수의 식물성 플랑크톤은 평소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방사성 폐기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시설 운영 현재 러시아 정부는 실제 피해 규모에 대해 철저히 침묵하고 있으며, 마야크 핵 기술 시설은 여전히 가동 중이다. 이 시설에는 약 1만 5,0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인근 오조르스크는 여전히 폐쇄 도시로 유지되고 있다. (※ 폐쇄 도시: 러시아(소련) 정부에 의해 정보 공개와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도시를 의미함.) 오조르스크에는 약 7만 6,000명이 거주하며, 주민들은 여전히 일상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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