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겨울이 성큼 다가오면서, 마트나 거리 어디를 가든 초록빛 크리스마스 트리 상록수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한낱 나무가 이렇게나 사람들 마음을 들뜨게 만들 일이 있을까?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가장 크고 탐스러운 나무를 골라 예쁜 장식들을 달고, 그 밑에 선물을 가득 놓은 다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침에 포장지를 뜯는 어릴 적 순간을 상상해보라.
이 모든 설렘은 이제 너무나 당연한 연말 풍경이지만, 사실 이 전통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독일에서의 크리스마스 트리 전통
처음부터 상록수가 교회의 성가나 예수 탄생 이야기와 함께 어울려왔던 건 아니다. 상록수를 집 안으로 들여놓는 풍습은 기독교 이전, 더 먼 옛날부터 존재했다. 고대인들은 한 해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동지가 찾아오면, 태양신이 힘을 되찾을 시기가 다가온다고 여겼다.
한마디로 “이제 다시 해가 길어질 테니, 기운 내자!”라는 식이었다. 이집트, 로마, 북유럽 등 수많은 문화권에서 사람들은 그날을 축하하기 위해 상록의 가지나 잎사귀를 집 안에 들였다. 더 푸르고 따뜻한 계절이 올 것을 믿으며, 자연의 생명력을 집 안에 불러들이는 일종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유럽에 기독교가 뿌리내리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한겨울 축제의 흔적을 놓지 않았다. 텍사스 A&M 대학교의 트로이 빅햄 교수는, 유럽인들이 크리스마스가 널리 퍼진 뒤에도 이교 시절의 동지 전통을 조용히 이어왔다고 설명한다.
그러다 16세기쯤 독일에서 일이 벌어졌다. 개신교 지도자들은 가톨릭식 성상 대신, 커다란 상록수에 초를 밝히고 장식을 더하는 새로운 전통을 적극 권장했다. 여기서 전해지는 유명한 일화가 있으니, 바로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크리스마스 트리에 촛불을 단 ‘최초의 사람’이었다는 얘기다.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나무는, 어쩌면 경건한 탄생의 이야기를 또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려던 의도가 아니었을까.
북미로 전파된 크리스마스 트리
하지만 건너편 대서양으로는 상황이 좀 달랐다.
초창기 북미 대륙에 자리 잡은 정착민들 중엔, 크리스마스를 이방적 축제나 사치로 보며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매사추세츠의 청교도들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이들에겐 벌금까지 매길 정도였다.
그런 분위기가 바뀐 것은 18세기 들어 독일 이민자들이 북미로 들어오면서다. 그들은 고향에서 즐겨온 크리스마스 풍습즉, 상록수를 장식하는 전통을 그대로 가져왔고, 점차 새로운 땅에서도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상록수 트리에 반짝이는 장식과 선물이 어우러진 모습은 미국 전역에 차츰 퍼져나갔다. 여기에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었다.
빅토리아 여왕과 대중화의 시작
여왕의 어머니와 남편 모두 독일 출신이었기에, 영국 왕실에도 독일식 크리스마스 풍습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화려한 상록수를 장식하고 그 밑에 선물을 놓는 장면은 궁정 행사에 등장했고, 1848년 영국의 "런던 일러스트레이티드 뉴스(London Illustrated News)"지가 여왕 가족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미는 모습을 실어버린 순간, 영국 전역이 이 낯선 전통에 홀딱 반해버렸다.
당시 미국 중산층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 문화를 동경하던 터라, 곧 이 흐름을 그대로 수입했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에서는 매년 2,500만에서 3,000만 그루나 되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팔리고 있다니, 과연 역사의 힘이란 대단한 것 아닌가. 생각해보면, 어느 문화나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한여름의 싱그러움과 따뜻한 기운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가장 춥고 어두운 계절 한복판에서, 초록의 향기를 방 안에 들여놓고 불빛을 달아 밝히며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는 행위. 그 작은 의식이 수백 년을 건너뛰며 여기까지 와서, 어느새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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