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뉴스 뒤에는 늘 상상하기 어려운 사연들이 잠재해 있다. 이번에는 칠레 산티아고의 한 소방관이 머리에 단 고프로(GoPro) 카메라로 찍은 영상 한 편을 소개하려 한다. 어찌 보면 몇 분 안 되는 단순한 영상 같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결코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처절한 순간이 담겨 있었다.
영상 속 주인공은 누노아(Ñuñoa) 제3소방대 소속 조세트 아벨 에스피노사(Joseth Abel Espinosa)라는 소방관
그는 동료들과 함께 불길이 휩싸인 어느 주택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 사람들의 ‘일’은 언제나 그렇다. 누군가는 가스렌지 앞에서 밥을 짓고, 누군가는 출근길에 자동차 핸들을 잡듯, 이들은 매일 같이 불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가 TV나 영화에서 보는 ‘영웅’들의 활약상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위태롭고 숨 막히는지, 이 영상을 통해서야 비로소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다. 에스피노사는 검은 연기와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바삐 움직인다. 호스를 펼치고, 불길을 잡으려 애쓰는 동안, 집 안 어딘가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목재나 건축자재로 추정되는 덩어리들이 우르르 떨어진다. 곧이어 붕괴가 일어나고, 주변을 감싸는 소리는 불안과 공포를 더욱 자극한다.
카메라 너머로 들리는 것은 무거운 호흡 소리, 타들어가는 물체들이 내는 바삭거림뿐이다. 이 모든 것들이 섞여 마치 지옥 한복판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영상은 길지 않다. 4분이 채 안 되는 이 짧은 순간에, 우리는 손에 땀을 쥐게 된다. 화면 너머에서 안전하게 지켜보는 우리가 이렇게 불안하다면, 그 속에서 직접 몸을 던지고 있는 소방관의 심정은 또 어떠할까.
그들은 매일 이런 위협적인 상황을 감수한다. 건물을 구하려다 제 몸을 다칠 수도 있고,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주저하지 않는다. 다행히 이번 화재에서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집은 무너졌지만, 사람들은 다치지 않았다.
고프로 측은 이 영상을 통해 소방관들이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하는지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그 진정성을 인정받아 이 영상은 고프로 어워드(GoPro Award)를 수상했다. 이쯤 되면 그저 상 하나 받았다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이런 소방관들에게 얼마나 빚지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고프로는 마무리 멘트에서 “우리는 매일 헌신하는 응급구조대원과 일상의 영웅들에게 감사드립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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