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산불, 파리스 힐튼·음악계 거장들 피해…밥 클리어마운틴·매드립 스튜디오 전소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1월 7일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진화되지 않고 있다. 패리스 힐튼의 저택 소실이 화제가 되었지만, 이 지역은 음악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특히 고급 주택가인 퍼시픽 팰리세이즈에는 많은 음악계 거물들이 거주하고 있어, 예술적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다.

 

 

현대 음악가의 오리지널 악보 소실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

 

 

음악 출판사 벨몬트 뮤직 퍼블리셔스(Belmont Music Publishers)가 이번 화재로 전소되었다. 이곳은 현대 음악의 선구자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의 악보를 관리해왔으며, *달에 홀린 피에로(Pierrot Lunaire)*와 펠레아스와 멜리장드(Pelléas et Mélisande) 등의 오리지널 악보를 보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불로 인해 이 귀중한 아카이브가 소실되었다. 벨몬트 측은 향후 디지털 복원을 추진해 세계의 음악학자와 연주자들이 소실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원본 악보를 잃은 상황에서 그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적 믹싱 엔지니어의 홈 스튜디오 전소

 

전설적인 믹싱 엔지니어 밥 클리어마운틴(Bob Clearmountain)의 홈 스튜디오 *Mix This!*도 이번 화재로 소실되었다. 클리어마운틴은 롤링 스톤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데이비드 보위, 브라이언 아담스 등 수많은 거장들과 작업했던 인물로, 그의 스튜디오는 음악사에 남을 명반들이 탄생한 공간이었다.

 

수억 원대의 SSL 믹싱 콘솔, 베젠도르퍼(Bösendorfer) 그랜드 피아노, 맞춤 제작된 아날로그 장비 등 그가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한 작업 환경이 산불로 모두 사라졌다.

 

'위키드' 사운드트랙 프로듀서의 피해

 

최근 영화 위키드(Wicked)의 사운드트랙을 작업한 그렉 웰스(Greg Wells) 역시 자택과 스튜디오를 잃었다. 그는 케이티 페리, 아델, 셀린 디온 등과 작업한 경력이 있는 유명 프로듀서다. 그의 스튜디오는 최신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7.1ch 시스템을 포함해 1950년대 RCA 진공관 컴프레서, API의 맞춤 제작 48채널 아날로그 콘솔 등 희귀한 빈티지 장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최신 기술과 빈티지 장비가 공존하는 작업 공간이었으나, 모두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렉은 "인생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더 나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라며 복잡한 심정을 밝혔다.

 

힙합 프로듀서 매드립의 피해

 

힙합 프로듀서 매드립(Madlib)도 산불로 자택과 스튜디오를 모두 잃었다. 그는 제이 딜라(J Dilla), MF 둠(MF Doom)과 협업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수십 년간 수집한 방대한 레코드 컬렉션과 희귀 장비들이 함께 소실되어 그 피해는 더욱 크다.

 

기타 뮤지션들의 피해 상황

 

프라이머스(Primus)의 기타리스트 래리 랄론드(Larry LaLonde)와 그래미 수상 R&B 아티스트 존 레전드(John Legend)도 자택을 잃었다. 스콧 이언(Anthrax), 빌리 코건(Smashing Pumpkins), 브래드 윌크(Rage Against the Machine)는 자택 소실은 피했지만 강제 대피 중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2008년에도 대형 산불로 음악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당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화재로 50만 곡 이상의 마스터 음원이 소실되었으며, 엘튼 존, 에릭 클랩튼, 너바나, 스눕 독 등의 녹음본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 산불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막대한 수준이지만, 무엇보다도 예술가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일부 뮤지션과 음악 관련 업체들은 피해 복구를 위한 기부와 장비 복구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루빨리 화재가 진압되고, 피해를 입은 아티스트들이 다시 창작 활동을 재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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