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의 성능이 지금보다 100만 배나 강력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상 최속의 ‘양자 트랜지스터’가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를 비롯한 연구팀은 ‘양자 터널 효과’와 ‘아토초(Attosecond, 10⁻¹⁸초) 단위의 레이저 펄스’를 활용해 전자를 제어하는 차세대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처리 속도는 ‘페타헤르츠(petahertz)급’, 이는 현재의 일반 트랜지스터보다 100만 배 이상 빠른 수치다. 관련 논문은 2025년 5월 9일 자로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한계를 뛰어넘는 하드웨어의 진화, ‘양자 트랜지스터’
AI의 발전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진화와 달리, 하드웨어는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핵심 부품 중 하나인 트랜지스터(transistor)는 전기 신호를 증폭하거나 스위치처럼 작동하는데, 전류나 물질 자체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그 처리 속도에는 본질적인 제약이 존재해 왔다.
이 제약은 오늘날의 반도체 칩이 가진 속도 향상의 정체 현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애리조나대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기존의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 대신, 양자와 빛의 힘으로 작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초고속 컴퓨팅 시대의 문을 여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양자 터널링과 아토초 레이저로 전자 흐름 제어 이번에 개발된 양자 트랜지스터는 그래핀(Graphene) 소재에 아토초 단위의 정밀한 레이저 펄스를 쏘아 양자 터널 효과를 일으키고, 이를 통해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기서 터널 효과(tunneling effect)란, 본래 넘을 수 없는 장벽을 입자가 ‘스며들 듯’ 통과해버리는 양자 물리학의 현상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전자가 그래핀을 그냥 통과할 수 없지만, 여기에 특수 실리콘층을 덧대고 극도로 짧은 간격의 레이저 펄스를 비추면, 전자가 마치 벽을 통과하듯 흐르게 되는 것이다. 레이저 펄스의 온·오프 주기는 638아토초, 즉 100경분의 1초 단위로 조절된다. 이러한 정밀 제어로 이 장치는 페타헤르츠급 속도, 현재 트랜지스터보다 100만 배 빠른 연산 속도를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I가 다시 ‘하드웨어’를 기다릴 날이 오다
애리조나대학의 모하메드 하산(Mohamed Hassan)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장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페타헤르츠 양자 트랜지스터입니다.” 그가 이 연구를 ‘의미 있다’고 말한 이유는 명확하다. AI 소프트웨어의 급속한 발전에 비해 하드웨어가 뒤처지고 있는 현실을, 이번 트랜지스터가 따라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AI 소프트웨어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하드웨어는 여전히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 기반 기술이 그 격차를 메워줄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정보 혁명에 걸맞은 컴퓨팅 기술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또 하나, 이 양자 트랜지스터가 극저온이나 진공 상태 같은 특수 환경 없이, 일반 실내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현재 하산 교수 연구진은 애리조나대 산하 기술 이전 기관인 ‘Tech Launch Arizona’와 협력해, 특허 출원 및 상용화 작업을 본격 추진 중이다.
AI는 인간을 넘어설 수 있을까?
‘AI는 결코 인간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는 의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AI의 성능은 소프트웨어 측면의 발전에 의존해왔고, 이번에 등장한 100만 배 빠른 양자 트랜지스터는 그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하드웨어의 반격’이 될 수도 있다. AI가 본격적으로 진짜 두뇌의 속도에 도달하는 날. 그 출발점은 어쩌면 지금 이 초미세 빛의 펄스에서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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