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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공항의 ‘부엉이 남자’가 지켜낸 900마리의 흰올빼미 이야기

by 아이디어박람회 202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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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미국 보스턴의 국제공항, 이착륙이 끊이지 않는 활주로 인근에는 매년 북극에서 날아온 수많은 흰올빼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얼핏 보면 위험천만한 장소처럼 보이지만, 이 새들에게는 의외로 이곳이 ‘쾌적한 쉼터’로 여겨지는 듯하다.

 

보스턴 공항의 ‘부엉이 남자’가 지켜낸 900마리의 흰올빼미 이야기

 

이 흰올빼미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오랜 시간 보호 활동을 해 온 인물이 있다. 사람들은 그를 ‘아울맨(Owl Man, 부엉이 남자)’이라 부른다.

 

그의 본명은 노먼 스미스. 44년 전부터 위험에 처한 흰올빼미를 포획해 안전한 지대로 옮겨 주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의 손을 거쳐 새로운 삶을 찾은 올빼미는 900마리가 넘는다.

 

세계 최악의 버드스트라이크 사고가 만든 선택지

 

1960년, 보스턴의 로건공항에서 이륙 직후 비행기가 수십 마리의 찌르레기 떼와 충돌해 엔진이 전부 멈추고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탑승자 72명 중 62명이 사망한 이 사고는 지금도 세계 최악의 ‘버드스트라이크’ 참사로 회자된다. 이후 미국 전역의 공항에서는 조류 퇴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그 방법이 문제였다. 소리나 조명을 이용한 ‘쫓기’보다, 새를 발견하면 바로 총으로 쏘아 떨어뜨리는 방식이 일반화되었던 것이다.

 

실제로 2013~2014년 겨울에는 한 공항에서 50~60마리의 흰올빼미가 총격으로 제거되기도 했다.

 

“왜 총을 들어야 하는가?” 총 대신 손을 내민 한 사람

 

노먼 스미스는 1981년부터 총격으로 제거되기 전에 흰올빼미를 포획해 안전한 장소로 옮기는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활동하는 로건공항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유독 흰올빼미들이 몰려든다. 그래서 스미스는 이 새들을 안전한 습지로 옮기는 작업을 40년 넘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포획 시 자작한 덫, 먹잇감(주로 생쥐), 그리고 낚싯대를 이용한다. 낚싯줄을 살며시 당기면 부드럽게 작동되는 그물망이 작동해 새를 다치지 않게 포획할 수 있다.

 

흰올빼미는 그 순간 눈을 크게 뜨며 조용히 저항한다. 스미스는 그 눈빛을 볼 때마다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을 읽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포획 후에는 체중, 건강상태, 기생충 여부 등을 확인하고, 미국 어류야생생물국이 지정한 식별용 발목 밴드를 부착한 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흰올빼미는 왜 공항에 모일까?

 

흰올빼미는 본래 북극의 툰드라 지대에 사는 철새다. 겨울이 되면 북극에서 남하해 북미 전역으로 이동하는데, 이상하게도 로건공항 주변에 많은 개체가 모여든다. 보스턴 로건공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초지 지형이며, 그 면적은 무려 730헥타르에 이른다.

 

환경 자체가 북극의 툰드라와 유사해, 흰올빼미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을 중간 기착지로 삼게 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물새, 들쥐 등 이들이 먹는 사냥감도 풍부하다. 재미있는 건, 제트기 소음이 극심한 공항인데도 불구하고 이 새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활주로 한쪽에서 눈을 감고 쉬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감탄이 나온다고 스미스는 말한다.

 

 

공존과 기후변화

 

 

 

기후 변화로 북극의 눈이 줄어들면, 흰올빼미의 주 먹잇감인 레밍이 땅속에 굴을 파기 어려워지고, 이는 새들의 번식과 이동에도 영향을 준다. 보스턴 로건공항은 북극과 비슷한 환경과 풍부한 먹이 덕분에 흰올빼미에게 점점 더 소중한 생존 공간이 되고 있다.

 

스미스는 말한다. “내 손주 세대가 어른이 되었을 때에도, 흰올빼미가 하늘을 날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세상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그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사진작가인 안나 밀러의 눈에 띄어 단편 영화로 제작되었고, "로건공항의 흰올빼미"라는 제목으로 4월 공개된 영상은 12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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