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공포 극복하는 법? 케임브리지 연구팀이 개발한 VR 스피치 훈련 효과

사람들 앞에 서서 무언가를 말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고민일 것이다. 학창 시절, 반 아이들 앞에 나가 발표를 하다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고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에도 극도로 긴장해서 준비한 내용을 다 까먹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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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공포, 왜 생길까?

 

이러한 '발표 공포'는 몇 가지 심리적인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실패하면 어떡하지?'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또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기회가 부족해 경험이 적다는 점도 원인이다. 여기에 더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반응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회적 불안'도 작용한다.

 

지금까지 심리학에서는 이런 불안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노출 요법'을 추천했다. 이는 불안의 대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점점 그 상황에 익숙해지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방식이 쉽지는 않다.

 

직접 사람들을 앞에 두고 연습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실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연습할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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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발표 훈련 후 불안이 확 줄었다

 

그런데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팀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가상현실(VR)을 이용한 '가상현실 노출 요법(VRET)'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과잉 노출 요법(Overexposure Therapy)'이라는 방법까지 개발해냈다.

 

연구팀은 13~15세 중국인 학생 29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학생들에게 영어로 간단한 1분짜리 자기소개를 준비하고 암기하도록 했다. 그리고 발표 공포 긴장감을 줄이기 위해 4초간 숨을 들이쉬고 7초간 숨을 멈췄다가 8초 동안 천천히 숨을 내쉬는 '4-7-8 호흡법'을 실시했다.

 

그 후 본격적으로 VR 기기를 활용한 발표 연습에 들어갔다. 처음엔 몇 명의 소규모 가상 청중 앞에서 연습을 시작해, 점점 숫자를 늘려 100명의 청중, 마지막엔 무려 1만 명이 가득 찬 대형 스타디움 무대에서 연설하는 가상 체험을 하게 했다. 이 VR 청중들이 그냥 앉아만 있는 게 아니었다. 머리를 긁적이며 지루한 표정을 짓거나, 하품을 하거나, 고개를 갸우뚱하고, 심지어는 지각해서 뒤늦게 자리에 앉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플래시를 터뜨리는 등 매우 현실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세부적인 상황 설정 덕분에 참가자들은 마치 실제 발표 현장에 서 있는 것처럼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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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불안 감소와 자신감 향상

 

실험 전에는 참가 학생의 65%가 발표 불안을 호소했는데, 단 30분의 VR 훈련 후 이 비율이 20%로 급격히 떨어졌다. 무려 45% 포인트나 개선된 것이다. 또 발표에 대한 자신감도 훈련 전 31%에서 훈련 후 79%로 크게 증가했고, 발표가 즐겁다고 느끼는 학생의 비율도 훈련 전 34%에서 훈련 후 86%까지 크게 높아졌다.

 

불안감이 줄어든 게 아니라, 오히려 발표 자체를 즐기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책임자 크리스 맥도널드(Chris Macdonald)는 "발표에 대한 불안은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라며, "이 VR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편안하게 스피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발표 공포 불안 때문에 고민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앞으로 이 VR 훈련 프로그램은 무료로 제공되거나 스마트폰을 통해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할 계획이라고 하니, 누구나 쉽게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발표를 두려워하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VR 기술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연습해 나간다면, 언젠가 1만 명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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