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에메랄드 그린 빛으로 빛나는 신비로운 녹색 소용돌이는 마치 우주의 은하를 연상시킨다. 이 장면은 인공위성 랜드샛(Landsat)이 촬영했으며, 전 세계 위성 사진을 기반으로 연구와 데이터를 관리하는 지구자원관측과학센터(EROS)에서 공개한 것이다.
미국 네바다주 북동부 피라미드 호수에서 대량 발생한 남조류
이 신비로운 녹색 소용돌이의 정체는 '남조류(Nodularia spumigena)'라 불리는 일종의 남세균이 대량으로 발생한 결과다. 남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발생시키는 박테리아의 일종으로, 따뜻한 기수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며, 피라미드 호수에서도 매년 이 남조류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에는 최근 몇 년 중 가장 큰 규모의 소용돌이를 형성했다. 이러한 남조류의 소용돌이는 '물꽃'이라고도 불린다.
독성 물질을 방출하는 남조류
우주에서 보면 녹색 장미가 핀 것처럼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일지 모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된다. 남조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소를 방출하며, 이 독소는 피부에 자극을 주고 실수로 마실 경우 신장이나 간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 호수를 관리하는 파이유트(Paiute) 부족은 올해 남조류의 물꽃이 예년보다 크다고 하며, 호수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물에 접촉하지 말 것을 주의하고 있다.
호수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키는 남조류
피라미드 호수는 네바다주 최대의 자연 호수 중 하나로, 면적은 약 487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이곳에는 다양한 어류와 조류가 서식하고 있으며, 야생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낚시꾼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다. 이 호수는 마지막 빙하기에 존재했던 고대 라혼탄 호수의 유산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쿠이위(quiwi)라는 어류가 서식하는 유일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이번처럼 발생하는 물꽃은 매년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발생하며, 올해는 10월 중순에 발생한 태풍의 영향으로 남조류가 특히 대량으로 번식했다고 한다. 독소를 방출한다고 하면 두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러한 남조류는 피라미드 호수의 생태적 다양성을 유지해준다.
남조류가 태양빛을 차단해 수초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아준다. 수초가 지나치게 증가하면 호수의 산소가 줄어들어 호수가 '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조류가 독성을 가진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이게도 호수의 풍요로움을 지켜주는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물꽃이 피라미드 호수에 언제부터 나타났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현상이라고 한다.
'NA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쿠지 비치의 검은 구체, 타르가 아닌 인간 배설물로 밝혀져… (1) | 2024.11.12 |
---|---|
도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나무의 수는? (1) | 2024.11.11 |
600km 이상 떨어진 상공에서도 해변 플라스틱을 찾아낼 수 있는 위성 기술 (8) | 2024.11.07 |
동물들은 죽음을 어떻게 인식할까? (1) | 2024.11.07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애완용 거북이의 대탈출 성공 스토리! (2) | 2024.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