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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SCIENCE

뇌 없는 생물, 도형을 인식한다?, 균류의 놀라운 지능

by 아이디어박람회 2024.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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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나 눈이 없는 생물이 지능(인지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적어도 균류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지금까지 곰팡이처럼 균사체로 살아가는 균류의 인지 능력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지만, 도호쿠 대학에서 목재를 분해하며 살아가는 ‘목재부후균’의 먹이인 각재 9개를 서로 다른 도형으로 배치한 결과, 각 균사체가 인지한 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전체에 공유하고, 성장 방향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균류는 뇌가 없지만, 관찰된 행동은 뇌가 도형의 차이를 인식할 때의 과정과 유사하다고 한다.

 

뇌 없는 균류가 확장하는 통신 네트워크

 

균류는 분류학상 독자적인 "계"를 이루고 있으며, 식물도 동물도 아닌 생물이다. 하지만 그 행동은 어딘가 동물과 닮아 있다. 이전에는 기억, 학습, 결단과 같은 지능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행동이 관찰되었다. 물론 균류는 뇌가 없다. 그런 생물이 어떻게 높은 인지 능력을 얻었을까? 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주제다.

 

균류의 특징 중 하나는 "균사"라는 실처럼 생긴 구조를 지하에 확장하며 성장한다는 것이다. 식재료로 익숙한 버섯은 사실 포자를 퍼뜨리기 위한 기관일 뿐이며, 본체는 균사로 구성된 "균사체" 쪽이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지하에 확장되는 균사의 네트워크는 때때로 엄청나게 거대해지기도 한다. 단일 균사체만으로도 900헥타르(축구장 1000개 이상에 해당하는 면적)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놀랍게도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균류는 소통까지 한다. 뇌가 없는 균류가 왜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걸까? 이번 연구는 그 미스터리를 푸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균류는 네트워크를 통해 도형을 인식할 가능성

 

도호쿠 대학 대학원 농학연구과의 후카사와 유 준교수는 목재를 부식시키는 목재부후균의 일종인 ‘차카와타케’를 이용하여, 균사 네트워크를 통한 지능적인 행동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에서는 차카와타케를 각재에 정착시킨 후, 원형과 엑스형으로 배치하여 균사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관찰했다.

 

만약 균류가 아무 생각 없이 균사를 확장한다면, 각 각재에서 방사형으로 퍼져나갈 뿐일 것이다. 그러나 연구팀이 목격한 것은 그것과는 다른 행동이었다. 놀랍게도 원형과 엑스형에서 균사의 확장 방식이 달랐다. 예를 들어, 엑스형에서는 가장 바깥쪽에 놓인 4개의 각재가 가장 활발하게 균사 네트워크를 발달시켰다.

 

연구팀의 해석에 따르면, 이는 가장 바깥쪽 각재를 탐사의 '전초 기지'로 기능하게 하기 위해, 안쪽 각재보다도 더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원형에서는 모든 각재가 동일한 수준의 균사 밀도를 보였으나, 원의 안쪽으로는 균사가 확장되지 않았다.

 

이는 콜로니 밀도가 충분한 상황에서 안쪽으로 균사를 확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차카와타케가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이 발견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각 균사가 그 주변 정보를 네트워크 전체에 전달하여, 성장 방향을 적절하게 조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형의 경우, 에너지를 낭비하며 원의 안쪽으로 성장하지 않기 위해, 반대편에 있는 균사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렇게 해봐야 무의미하다는 것을 균사의 끝이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도형의 차이에 따라 균사체 네트워크의 활성이 달라지는” 현상은 “도형의 차이에 따라 뇌의 신경 네트워크의 활성이 달라지는” 현상, 즉 뇌에서 도형을 인식하는 과정과 유사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이 연구는 ‘Fungal Ecology’(2024년 9월 12일자)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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