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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뇌 노화는 언제 시작될까?

by 아이디어박람회 2025.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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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문득 깨닫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몸이 아니라 뇌는 어떨까? 방금 전까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안 나거나, 잘 알고 지냈던 사람의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생각하곤 한다.

 

뇌 노화는 언제 시작될까?

 

 

하지만 정말 이런 사소한 깜빡거림이 뇌의 노화 때문인 걸까? 아니면 나이 탓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건 아닐까?

 


도대체 뇌는 언제부터 늙기 시작하는 걸까?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미국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캠퍼스를 비롯한 연구진이 약 1만93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뇌 스캔 데이터와 각종 검사 결과를 꼼꼼히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뇌 노화의 첫 징후가 나타나는 시기는 44세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67세를 기점으로 뇌 노화가 급격히 가속화되다가, 90세 무렵에는 다시 그 속도가 안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번 연구는 단지 뇌가 언제 늙기 시작하는지만 밝힌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뇌 노화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까지 함께 소개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뇌의 노화 과정은 점진적으로 계속 나빠지거나, 또는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급격히 나빠지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밝힌 뇌 노화의 진행 방식은 S자 모양의 곡선을 그리며 진행된다는 점이었다. 첫 노화의 신호는 40대 중반쯤 시작돼 67세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그 이후부터는 점점 노화 속도가 느려지면서 90세에 이르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뇌 노화는 이런 S자 곡선을 그릴까?

 

연구를 주도한 리리안 R. 무지카-파로디 교수는 이 과정의 핵심 원인으로 "신경세포의 굶주림"을 언급했다. 연구팀은 대사, 혈관, 염증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분석했고, 그 결과 혈관이나 염증 변화 이전에 대사 기능의 변화가 가장 먼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뇌의 노화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은 '인슐린 저항성(나이가 들면서 뇌가 인슐린에 둔감해지고 포도당을 제대로 에너지로 쓰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라는 현상이었다.

 

이렇게 되면 신경세포가 필요한 에너지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결국 뇌 기능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더욱이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포도당을 세포로 운반하는 단백질인 GLUT4와 지방을 운반하는 단백질 APOE가 뇌 노화의 징후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특히 APOE는 이미 알츠하이머병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단백질이다.

 


그렇다면 뇌 노화를 늦추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연구진이 이번에 제안한 해결책은 바로 '케톤체'다. 케톤체는 우리가 평소 쓰는 탄수화물이 아니라, 지방이 분해될 때 생성되는 뇌의 대체 에너지로,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뇌의 '비상용 연료'다. 이번 연구에서 'MCT2(모노카복실산 수송체 2)'라는 단백질이 케톤체를 효율적으로 뇌로 운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반적인 단백질이 인슐린에 의존해 활성화되는 반면, MCT2는 인슐린 없이도 케톤체를 전달할 수 있어, 뇌의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예방 시기다. 이미 이야기했듯, 뇌는 40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늙기 시작해 60대 후반까지 빠르게 진행된다.

 

이 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예방을 시작하면 이미 여러 신경세포가 손상돼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무지카-파로디 교수는 케톤체를 투여하는 실험을 통해 뇌 네트워크가 막 불안정해지기 시작하는 중년층(40~59세)에서 효과가 가장 좋았다고 밝혔다. 반면 이미 노화가 상당히 진행된 고령층(6079세)에서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무지카-파로디 교수는 "40대의 뇌는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아직 충분히 회복 가능한 상태다. 이 시기에 적절한 에너지를 보충해주면 뇌 기능을 크게 회복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치매가 가장 많이 발병하는 나이는 65세 이후다. 하지만 그 나이가 되어 노화를 체감한 뒤에야 예방에 나서기보다는, 노화가 시작되기 전인 40대부터 예방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이번 연구의 결론이다. 이 연구 결과는 2025년 3월 3일자 국제학술지 "PNAS"에 게재됐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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