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미술사에서 빛나는 명작으로 손꼽힌다. 소녀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관람자를 바라보며, 그 조용한 표정은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최근 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서 진행한 연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 소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밝혀졌다.
|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의 뇌과학 연구로 밝혀진 작품의 숨겨진 매력
이 그림은 1665년이나 1666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페르메이르는 30대 중반으로 화가로서의 기량이 무르익은 시기였다. 소녀의 상반신만을 담은 단순한 구도지만, 그녀의 눈빛과 미소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이유로 '북쪽의 모나리자',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로도 불린다.
페르메이르는 43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그의 작품들은 여러 소유주를 거치며 흩어졌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역시 다양한 주인의 손을 거쳤으나, 1881년에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기증되어 오늘날까지 소장되고 있다.
그러나 이 그림에 등장하는 소녀의 정체는 아직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아내나 딸, 혹은 상상의 인물일 것이라는 여러 추측이 존재한다.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은 왜 이 작품이 관람자들을 그렇게도 매료시키는지 알아보기 위해 뇌과학자들과 협력하여 연구를 진행했다.
2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아이 트래커와 뇌파 측정 장치를 사용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감상하도록 했다. 비교를 위해 다른 네 작품도 함께 감상했는데, 그 결과 이 작품에서만 독특한 뇌 활동 패턴이 발견되었다. 관람자들의 시선은 소녀의 눈동자에서 입가로, 그리고 진주 귀걸이로 순환하며 끊임없이 이동했다.
이 '지속적인 주의 루프' 현상은 다른 작품에서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는 관람자들이 그림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뇌파 분석 결과, 자기 반성과 과거의 기억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활성화되어 관람자들이 개인적인 추억을 떠올릴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마르틴 데 무니크 뇌과학자는 "우리의 주의는 소녀에게 강하게 끌려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마르티네 고셀링크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 관장은 "페르메이르의 다른 작품들은 주로 한 지점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이 작품은 여러 포인트가 시선을 끈다"고 말했다.
페르메이르의 다른 인물화에서는 사람들이 글을 쓰거나 바느질을 하는 등 활동적인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관람자를 직접 바라보며 마치 "나를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이 작품은 수 세기 동안 관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이번 연구를 통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왜 특별한 매력을 지니는지 일부 밝혀졌지만, 여전히 많은 비밀이 남아 있다. 그러나 하나는 분명하다. 이 소녀는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며, 미술사에서 그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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