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겪은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 뇌졸중에 결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어릴 때 겪은 가정 내 불안정함이 기억에만 남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 이 연구 결과는 2025년 1월 22일 자 학술지 "PLOS ONE"에 거재되었다.
부모의 이혼이 건강 문제로?
부모의 이혼으로 집안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갑작스럽게 이사를 해야 하거나 전학을 가야 할 수도 있다. 때로는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아이들의 생활이 완전히 뒤바뀌기도 한다. 심리학 연구에서는 어린 시절 겪는 스트레스가 성인이 된 후 건강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HPA 축(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라 불리는 신경내분비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고혈압, 심혈관 질환 같은 질병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부모의 이혼’이라는 경험이 뇌졸중 위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1만 3,205명의 데이터를 분석하다
캐나타 토론토대학교 연구진은 65세 이상의 미국 성인 1만 3,20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 중 어린 시절 신체적·성적 학대를 경험한 적이 없는 사람들만을 선별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대가 아닌 ‘부모의 이혼’ 그 자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자의 약 14%가 18세 이전에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건강 상태를 비교해 본 결과,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뇌졸중 발병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히, 당뇨병, 우울증, 흡연 습관, 운동 부족, 저소득층 여부 등 다른 위험 요인들을 모두 고려한 후에도,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사람들은 뇌졸중 위험이 61%나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남성이 여성보다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47% 더 높았으며, 나이가 들수록 그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도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부모의 이혼이 왜 뇌졸중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걸까?
부모의 이혼이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이유는?
이번 연구는 ‘부모의 이혼’과 ‘뇌졸중 위험’ 간의 상관관계를 밝혔을 뿐, 이혼이 직접적으로 뇌졸중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몇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1. 장기간 지속되는 스트레스 부모의 이혼 후 가정 내 갈등이나 불안정한 환경은 아이에게 만성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면, 혈관 건강이 악화되고 심혈관 질환 및 뇌졸중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2. 고혈압과의 연관성 2022년 연구에서는 10세 이전에 부모의 별거를 경험한 아이들이 중년기에 고혈압을 가질 확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고혈압은 뇌졸중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이므로, 부모의 이혼이 이런 경로를 통해 건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3. 수면 장애 부모의 이혼 후 생활 환경이 크게 바뀌면, 아이들은 안정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수면 부족이나 수면 장애는 고혈압 및 뇌졸중 위험 증가와 깊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경제적·사회적 영향 부모의 이혼은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이나 교육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 건강 관리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요인이 장기적으로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부모의 이혼은 생물학적,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건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이므로, 부모의 이혼이 직접적으로 뇌졸중을 유발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이 성인이 된 후 건강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말한다. 특히, 사회적 가치관이 변화함에 따라 밀레니얼 세대나 Z세대에서도 같은 영향이 나타날 것인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 연구가 부모의 이혼이 자녀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미래에는 예방책이나 지원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HEALTH'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동맥류 자가진단법, 손가락 테스트로 몇 초 만에 체크해보자 (0) | 2025.02.17 |
---|---|
플라스틱 용기 도시락, '심부전 위험' 높일 수 있어 (0) | 2025.02.14 |
콜레스테롤 낮은 음식 vs 높은 음식, 건강을 위한 필수 정보 (0) | 2025.02.10 |
쑥갓 칼로리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영양 퀴즈 (0) | 2025.02.10 |
유방암 치료, 단 하루 만에 가능?, 신약 ErSO-TFPy 연구 결과 (0) | 2025.0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