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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

남극 빙하 융해와 ‘숨은 화산’ 폭발 위험, 해수면 상승 기후변화 악순환

by 아이디어박람회 2025.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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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평온해 보이는 남극 대륙 밑에서, 뜨거운 마그마를 품은 화산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얼음 밑에 화산이라니, 말이 안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과학자들이 이미 여러 방면으로 들여다본 결과, 남극은 생각보다 훨씬 ‘활발한 땅’이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빙상이 얇아질 때, 그 압력이 줄어든 만큼 지하 마그마가 팽창하고, 결과적으로 화산 분화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남극 빙하 융해와 ‘숨은 화산’ 폭발 위험, 해수면 상승 기후변화 악순환

 

빙하가 사라지면 드러나는 ‘숨은 화산’

 

남극의 서남극 빙상 아래에는 현재도 불을 뿜고 있는 화산들이 여럿 존재한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조금씩 녹게 되면, 이 화산들의 활동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서남극 지구대 계통’은 지각이 갈라져 열과 마그마가 솟아오르기 쉬운 구조를 지니고 있다.

 

남극의 엘레바스 산은 지구상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활화산

 

 

지표에 노출된 에레버스산처럼 눈에 띄는 화산도 있지만, 대부분은 거대한 얼음층 밑에 꽁꽁 숨어 있어서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것일 뿐이다. 그런데 정작 더 눈길을 끄는 건, “빙상이 얇아지는 순간”이 만들어낼 악영향이다. 연구진은 “얼음이 1km 정도 두께로 깔려 있을 때, 마치 마그마를 누르는 뚜껑처럼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뚜껑’이 사라지면, 지하 마그마가 팽창해 화산 분화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사실상 기후변화로부터 시작된 ‘빙하 감소’가, 지하에서 묵묵히 기다리던 화산들을 깨워버릴 수도 있는 셈이다.

 

4,000번 돌려본 시뮬레이션, 그리고 불길한 시나리오

 

브라운대학교와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캠퍼스 등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서는, 무려 4,000회에 달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얼음이 어느 정도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녹았을 때 지하 화산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꼼꼼히 따져본 것이다.

 

예를 들어 두께 1km의 얼음이 300년에 걸쳐 녹는다고 가정해보자. 300년이라니 ‘아직 먼 미래’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질학적으로는 결코 긴 시간만은 아니다. 연구진은 이 시나리오에서 일부 화산이 엄청난 열을 내뿜는 장면을 확인했다. 어떤 화산은 연간 10테라줄(TJ)이라는 막대한 열을 방출했는데, 이 정도 열이면 연간 300만 입방미터가 넘는 얼음을 녹일 수 있다고 한다. 즉, “빙하가 얇아지면 화산 분화 위험이 커지고, 분화로 생긴 열이 다시 빙하를 더 빠르게 녹인다.” 이런 식으로 빙하와 화산 사이에 악순환이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얼음이 줄어들수록 지하 화산은 더 쉽고 빠르게 활동할 수 있고, 화산이 열을 뿜으면 빙하는 더욱 녹아내리는 것이다.

 

전 지구 해수면 상승, 3.3m도 꿈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악순환이 남극 대륙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남극 빙상이 전부 녹아버리면, 지구 전체 해수면이 무려 3.3m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3.3m면 어느 정도일까? 전 세계 여러 해안 도시와 지역이 물에 잠길 수도 있는 엄청난 수치다.

 

게다가 2024년에 남극 해빙 면적이 관측 사상 두 번째로 작았다는 보고도 들려온다. “얼음이 정말 빠르게 녹고 있고, 그로 인해 해수면 상승과 생태계 변화가 이미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남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실은 이런 화산 각성 문제는 남극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슬란드나 알래스카에서도 빙하가 녹으면서 지하 화산활동이 달라지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과거 빙하기가 끝난 후, 환태평양 화산대에서 화산 분화가 급증했다는 역사적 기록도 있는데, 환태평양 화산대에는 일본, 알래스카, 인도네시아, 남미 안데스산맥 등이 포함된다. 전 세계 화산의 상당수가 모여 있는 지역이다.

 

환태평양 화산(붉은 띠), 파란색 선은 해구

 

 

연구진은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비교·분석해, 앞으로 어떤 식으로 화산 활동이 늘어날지, 그리고 어떤 지역이 먼저 위험해질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빙하=지하 화산의 뚜껑’이라는 사실,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후변화가 지표 환경만 뒤흔드는 게 아니라 지구 내부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얼음이 녹으면서 생기는 무게 변화와 압력 변화가 지하 마그마에까지 연쇄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물론 화산이 당장 내일 폭발하리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래도 100년, 200년, 길게는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이 변화가 엄청난 파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해수면이 오르고, 연안 도시가 잠기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자연재해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이제라도 움직여야 할 때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소한 늦추기 위해선, 기후변화 억제를 위한 국제적 노력과 동시에 남극 및 알래스카, 아이슬란드 등 고위도 지방의 화산-빙하 연관성을 더 깊이 연구해야 한다. “설마 얼음 밑에 화산이 그렇게 많겠어?”라며 무심코 지나칠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닥친 현실인지도 모른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 신호들을 외면한 채, ‘남극 어딘가에 화산이 있든 말든 내 일상과 무슨 상관인가’ 하고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더 큰 댓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빙하와 화산 사이의 ‘연결고리’가 남극 대륙 깊은 곳에서 삐걱대기 시작했으니, 이제 우리도 귀를 기울일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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