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도시 아비도스에서 3600년 전의 파라오 무덤이 새롭게 발견되었다. 하지만, 이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는 않았다.

이 무명의 파라오가 속한 아비도스 왕조는 이집트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제2중간기(기원전 1650년~기원전 1600년)에 중부와 상부 이집트를 지배한, 짧고 격렬했던 왕조였다고 한다.
당시 상황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같은 왕조의 파라오 세네브카이의 유골에는 무려 18군데나 칼과 창에 찔린 흔적이 남아있을 정도다. 그는 분명 전투 중에 참혹한 최후를 맞이했을 것이다.
성지 아비도스, 아누비스 산에서 발견된 거대한 무덤

이번에 발견된 미지의 파라오 무덤은 그 세네브카이보다 더 이전에 통치했던 왕의 것으로, 아누비스 산의 왕실 묘역에서 찾아냈다. 묘실은 무려 지하 7미터 깊이에 위치했으며, 규모 자체도 이전에 발굴된 다른 왕들의 무덤과 비교할 수 없이 컸다.
묘실 내부를 덮었던 아치형 천장은 본래 높이가 5미터에 이를 정도로 웅장했다고 하니, 이 왕의 권력과 위상이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할 만하다. 이 무덤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풍부한 장식과 문양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특히 무덤 입구 양쪽 벽에는 이집트인들이 숭배했던 풍요의 여신 이시스와 장례의 여신 네프티스의 이름이 선명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주인공, 파라오의 이름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여신의 상형문자 옆에는 파라오의 이름을 적어놓았던 노란색 띠 흔적만이 희미하게 남아있었지만, 도굴꾼들의 손에 훼손되어 이름을 판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발굴을 지휘한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조셉 와그너 박사는 도굴이 파라오의 이름과 그의 미라, 그리고 관까지 훔쳐가 버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집트의 무덤 도굴은 너무 흔했기에, 이 무명의 파라오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질 뻔한 것이다.
로마 시대의 도자기·유리 공방도 함께 발굴

이번 조사에서는 로마 시대의 흔적도 함께 발견되었다. 아비도스 북쪽 바나위트에서는 로마 제국 시대(기원전 30년~서기 642년)에 쓰였던 거대한 도자기 및 유리 공방이 드러난 것이다. 공방에서는 여러 개의 가마와 도자기 저장고, 그리고 당시 상거래와 세금 납부 방식을 기록한 32점의 오스트라콘(도자기 조각)이 발견되었다.
게다가, 가족으로 보이는 여러 남녀의 유골과 미라들이 흙벽돌로 지어진 무덤에 묻혀 있었다. 이곳에서는 색색의 천 모자를 쓴 채 잠든 어린아이 미라와 30대 여성의 두개골이 발견되었고, 주변에서 돔야자와 보리 같은 식물의 씨앗과 밀의 뿌리도 함께 나왔다. 어쩌면 죽은 이들이 내세에서도 풍족하게 살기를 바랐던 가족들의 마지막 바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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