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AI를 켜기만 하면, 열쇠를 찾듯 원하는 답이 삽시간에 튀어나온다. 언제부터인가 머릿속 계산도, 종이에 써가며 고민하는 습관도 줄어들었다. 이 편리함이 과연 우리 뇌를 무디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생각하는 힘이 약해진다?
스위스의 마이켈 가리히라는 연구자가 66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AI 도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일수록 깊게 사고하려는 시도가 흐릿해질 수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전화번호 두세 개쯤은 바로 외워 얘기할 수 있었고, 숙제 문제도 스스로 뒤져가며 답을 찾았다.
하지만 지금은 “AI가 다 찾아주는데 굳이?”라는 생각이 우리의 뇌 운동 시간을 슬쩍 빼앗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뚜렷
버튼 몇 번 누르면 모든 답이 차려지니, 뇌를 긴장시킬 필요가 점점 줄어드는 셈이다. 반면 46세 이상이거나 대학 교육을 오래 받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사고력이 단단하게 유지되는 양상을 보였다. 학습 태도와 환경이 AI가 끼치는 여파를 가라앉힐 수도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렇다고 AI를 무조건 멀리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잘 활용하면 쓸데없는 시간을 아끼고 더 많은 정보를 재빠르게 모을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AI에게만 뇌의 운전대를 넘겨줄 때 생긴다. ‘이건 왜 이렇게 결론이 났지?’라는 궁금증 없이, AI가 던져주는 문장을 그저 “그럴 줄 알았어”라고 퉁 쳐버리는 태도야말로 사고 회로를 굳어버리게 만든다.
생성형 AI, 예를 들어 ChatGPT나 제미니 같은 것들은 거대한 데이터 더미에서 지식을 끌어온다. 데이터가 편향돼 있으면 어떤 말도 안 되는 답변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AI가 무심코 “이게 사실입니다”라고 잘못된 정보를 제시할 때조차 자기 확신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 늘 유의해야 한다.
이른바 ‘할루시네이션’ 현상이다. 같은 질문을 해도 대답이 달라지거나, 때론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건 결국 인간이 해야 할 몫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파스칼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언급한 이유도, 약한 존재이지만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데 있다. 만약 생각하는 힘마저 남에게 떠넘기면, 진짜 갈대처럼 주변 환경에 휘둘리다가 부러지기 쉬워진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져도, 우리는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한다. 편의성에만 이끌려 살다가 뇌가 살짝 녹슬어버리면, 나중엔 머리를 써야 하는 순간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애써 고민하기보단 AI에게 물어보면 되지’라는 습관이 계속 쌓이면, 정작 중요한 국면에서 우리 뇌가 잠을 자고 있을 수도 있다. 이 연구 보고서는 2024년 12월 24일에 ‘Societies’라는 학술지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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